[고수에게 듣는다] 23년 중개업서 얻은 교훈…"아는 길을 가라"
김종언 명지대 부동산대학원(강남교육장) 교수(59)는 경기도 광주 오포에서 베르빌공인도 운영하는 실전 고수다. 공인중개업에 뛰어든 지 23년째인 그는 명지대 강남교육장에서 중개업소 창업을 앞둔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사전 실무를 가르치고 있다. 공인중개사 사전 실무 교육은 국토해양부가 중개업협회와 명지대 부동산대학원에 위탁해 실시하고 있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에선 19기에 걸쳐 350여명이 수료했다.

김 교수는 《누구나 꿈꾸는 공인중개사와 부동산 중개업 여행》과 《김종언 공인중개사의 내집 마련 전략과 재테크 여행》을 2009년 출간한 데 이어 올해 말께 《프로 공인중개사와 터줏대감》이라는 중개업 실무 가이드북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는 실무 교육을 받는 중개사들에게 꼭 한가지만은 당부한다. 바로 '한경베스트공인' 가입이다. 고객 계약서에도 베스트공인 증서를 복사해 첨부할 정도다. "베스트공인은 참 좋은 제도지요.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게 거래의 기본인데 메이저 신문이 인정한 공인중개사라고 하면 손님들이 다시 봅니다. 이 제도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웃 경쟁 중개업소에도 권했지요. "김 교수의 설명이다.

◆23년 공인중개업 외길

김 교수는 군 제대 후 6년 동안 가구제조업체에서 공장장으로 근무했다. 1989년 우연찮게 서울 상계동 56㎡짜리 아파트를 팔고 82㎡로 바꾸기 위해 이른바 '복덕방'에 들른 게 중개업과 인연을 맺은 계기다. 당시는 인감증명이 뭔지,어디에 사용하는지도 모를 때였다. 그때 들른 중개업소와 인연이 닿아 그곳에서 근무하게 됐다. 그는 1993년 7회 공인중개사 시험을 통과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해 쌍문동에서 한미공인을 개업하고 이듬해 개발이 막 시작된 경기도 분당으로 옮겨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2002년엔 경기도 광주시 오포로 옮겼다.

김 교수는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에 늘 자부심을 갖고 있다. 누구에게나 떳떳하게 '프로 공인'이라고 본인을 소개한다. 중개업 자체가 즐거운 여행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기대가 많은데 막상 떠나고 보면 여러 우여곡절도 겪죠.하지만 그런 난관을 극복하면서 성취감도 얻습니다. "

그의 재테크 성적표는 어떨까. 주변에서는 엄청난 거금을 벌지 않았는지 자주 묻는다. 그의 대답은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틈틈이 재테크를 한 결과 집과 개인 사무실이 있고 나이가 들어 전원주택을 지을 1필지(700㎡ · 경기 용인)를 확보했다. 김 교수는 "아들이 번듯한 대기업에 다니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딸은 중개업소 실장으로 일하는 2대 공인중개사 가족"이라며 웃었다.

◆재테크의 4대 원칙

김 교수의 재테크 비결은 뭘까. 그는 "고수라고 모두 승리하는 건 아니다"며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자기 전문분야에 투자해라 △인정에 이끌리지 마라 △손실은 빨리 잊어라 △모든 결과는 내 탓이다 등이다. "정부 정책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완전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곁들였다. 주변 얘기에 너무 귀를 기울이지 말고 기획부동산에 현혹되지 말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7년 전 잘 모르는 분야에 투자해 큰 손실을 봤다. 사회에서 만난 지인과 함께 200%의 수익률을 예상하고 생활용품 업체에 투자했다 원금까지 날렸다. 그래서 그는 주변에서 잘 모르는 분야에 투자하려고 하면 적극적으로 말린다.

그는 1990년대 후반 전원주택 개발에 나섰다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당시 외환위기라는 불가항력에 밀려 주택 시장이 급랭한 탓이다. 그래서 항상 경제 여건을 주시한다.

그는 시장의 흐름을 견뎌낼 만한 상품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분당과 광주를 주요 사업 무대로 삼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파트 전원주택 창고 공장 빌라 등이 산재한 도 · 농복합지역에서는 부동산 경기 흐름에 맞는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내집 마련 원칙도 제시했다. △종잣돈을 마련하라 △청약저축에 가입하라 △신용카드를 줄여라 △지출은 기록으로 남겨라 등이다.

◆향후 유망 부동산은

김 교수가 꼽는 유망 부동산은 뭘까. 역세권에 짓는 원룸 투룸 같은 도심형 생활주택이 1순위다. 김 교수는 "1인가구 등이 늘어나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도심형 생활주택은 가장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서울 강남에서 30㎞ 내 토지가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고유가 시대에 땅 투자자들이 멀리 있는 토지 구매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이천 여주 등 4대강 개발과 관련된 남한강 유역의 토지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서울 청계천 개발 후 주변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던 것처럼 남한강 유역도 개발 호재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농지도 투자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가격 오름세가 꾸준한 까닭이다. 일반인들은 농지자격 취득 증명을 통해 농지도 구입할 수 있다. 전원주택은 생활 만족도가 높을 수 있지만 막상 매도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거래가 뜸해 매도하려고 할 때 매수 희망자를 바로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