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모습.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모습.
이마트와 신세계건설을 비롯한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이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실적이 나빠진 데다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이마트는 채권의 차환 발행 계획을 접고 현금으로 갚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직격탄을 받은 신세계건설도 회사채 발행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달 첫 콜옵션(매수청구권) 행사 시기가 다가온 신종자본증권 4000억원어치를 현금으로 상환했다. 이달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2700억원어치도 현금 상환했다.

업계에서는 이마트의 신종자본증권 차환 발행 여부에 대한 관심이 컸다. 신종자본증권은 발행액만큼을 부채가 아니라 자본으로 회계처리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의 조달 금리가 일반 회사채에 높은 편”이라며 “보유 현금이 있는 상황에서 차환보다는 현금 상환을 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트가 불거진 신용 위험 탓에 차환 발행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적 부진에 신용도 강등으로 이마트에 대한 기관투자가 선호도가 높지 않아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신세계그룹의 ‘미운 오리’ 신세계건설도 자금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29일에 사모사채 5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사모 조달시장은 수요예측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지난달 신용등급이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강등된 만큼 수요예측 미매각에 따른 평판 훼손을 피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 회사는 오는 6월 신종자본증권 300억원어치의 첫 콜옵션에도 대응해야 한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보유 현금으로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시장 평판도는 갈수록 나빠지는 형국이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들과 1조원대 투자금을 놓고 분쟁을 겪고 있다. 그만큼 기관이 신세계 계열사의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