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세 조작과 코스닥 한계기업을 이용한 횡령 사건들이 증권가를 흔들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시장 혼란을 바로잡을 책임이 있는 금융감독원은 뭘 하고 있는 것일까.

하은수 금감원 자본시장 조사2국 팀장이 속사정을 털어놨다.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28일 국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다. 하 팀장은 '내부자 거래조사,실무와 문제점'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증권시장 조사 과정에서 느끼는 무력감을 토로했다.

하 팀장은 우선 30년 이상 뒤처진 조사 체제를 문제로 들었다. 1976년 증권거래법(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규정된 불공정거래 조사수단이 현재까지도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유선전화로 이뤄지던 증권 매매가 휴대폰과 인터넷 등 다양한 통신장치를 이용하며 진화했지만 조사수단은 제자리걸음"이라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을 경우 정보 수령자의 정보 수령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금감원은 이메일이나 메신저 확인 등을 조회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로 금감원은 사건 발생을 알더라도 1년 후에야 구체적인 조사를 할 수 있다. 정식으로 사건을 접수하고 증선위 의결을 거쳐 검찰에 통보한 이후에야 관련 통신 기록을 열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 · 11 옵션쇼크'와 같이 대규모 거래를 통한 공개적인 시세조종은 현 법률체계 하에서 금감원 조사 대상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적인 주식 대량 매수 및 처분은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 팀장은 "첨단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시장의 약점을 이용하고 있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정 의원은 "제도의 맹점을 악용한 불공정 거래가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며 "내부자 거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등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