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의 지령을 받고 간첩활동을 벌였다는 혐의로 9년 가까이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양준(72)씨에게 28년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8년6개월 동안 복역한 최씨에 대한 재심사건에서 "간첩활동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민간인 수사권이 없는 보안대 수사관이 최씨를 영장 없이 불법구금했고, 함께 조사받은 김모 씨 등이 구타를 당해 겁에 질려 시키는 대로 진술했다고 밝혔으며, 과거사위원회 조사에서 보안대 수사관들도 최씨를 각목으로 때렸음을 시인한 점을 종합하면 최씨가 고문에 의해 허위로 자백했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당시 피의자 신문조서 등의 작성명의인인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이 `최씨 얼굴조차 본 적이 없고 내 서명·날인을 민간인 수사권이 없는 군부대에서 빌려 쓴 것 같다'고 진술한 점에 비춰 조서의 진정 성립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씨가 검찰 조사나 공판에서 자백한 것도 임의성이 없거나 선처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한 것으로 믿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을 오가며 장사를 하던 최씨는 조총련 지시로 국내에 들어와 간첩활동을 벌였다는 혐의로 1982년 김해공항에서 체포돼 부산보안대와 서울 보안사령부 서빙고분실 등에서 조사를 받은 뒤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1991년 5월 가석방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4월 이 사건이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후 최씨는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