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의 참담함에 어떤 위로의 말을 할 수 있을까 할 말을 잃는다. 그런 와중에도 일본 국민들의 침착함,인내,질서는 또 다른 신선한 감격을 준다. 서방언론은 일본의 시민의식이 인류의 정신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도 평가했다. 우리라면 어땠을까. 울음바다,늑장대응,준비부족이 화를 키웠다는 등의 보도(?)가 줄을 잇지 않았을까.

10여년 전 일본 골프장 사우나에서의 경험이 생각났다. 욕실 내에서 젖은 수건을 두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욕실 어디에도 젖은 수건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당황해 옆사람을 지켜보았다. 젖은 수건을 꼭 짜서 젖은 몸을 닦고 그대로 들고 가는 게 아닌가!

마른 수건 한 장.그것으로 충분했다.

우리는 아직 극히 일부의 골프장을 빼고는 욕실에 젖은 수건들이 여기저기 뒹군다. 이날 이후 한 번 목욕에 이태리타월 한 장과 마른 수건 한 장만 쓰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다소 불편했지만 지금은 익숙하다. 수건을 세탁하는 데 드는 물,세제,전기,인력 등을 생각하기로 했다. 일례로 우리 국민 모두가 1주일에 수건 한 장씩만 아껴 쓴다고 가정해보자.그 세탁비용은 연간 15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이것을 자원 절약의 관점에서 보자.

지구 온난화,온실가스 감축,배출권거래제 입법 등으로 우리사회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온실가스 주범인 탄산가스는 화산폭발,산불,지구온도 상승에 따른 자연에서 방출 등 인간이 통제 못하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절반 정도는 가정에서의 취사와 난방,사업장과 상업용 건물유지,교통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화학 철강 제지 등 산업에서 쓴다. 이를 통해 배출되는 ??양은 연간 약 6억t에 달한다.

온실가스 감축 논의는 감축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산업체가 부담한다 하더라도 종국에는 최종 소비자인 국민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어떻게 그 부담을 공평하게 분담하는가이다. 비용분담 다시 말해 돈의 배분인데 그리 간단할 수가 없다. 따라서 배출권거래제의 논점은 시장기능이 더 효율적일까,정부관리가 더 나을까의 문제로 귀착된다. 더 많은 연구 · 검토가 필요하며 보다 신중한 접근을 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무엇을 우선해야 할까. 물 한 방울,종이 한 장의 절약과 내의 착용의 생활화 등 에너지 절감에 동참하고 자동차의 연비,대중교통시스템 개선에 지혜를 모으자.그리고 발전소와 산업체에서의 에너지 효율 향상에 그 해답을 우선 구해야 하지 않을까. 상대방의 희생을 요구하기보다 모두가 고통을 조금씩 분담한다면 우리의 목표인 환경 보존과 산업 발전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그렇게 어렵기만 할까.

정범식 < 호남석유화학 대표 bschong@lotteche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