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에 따른 연쇄손실액은 284조5천억원..금감원 논문

국내 금융회사들이 거시적 충격에 상당히 취약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2일 금융감독원의 원내현상논문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네트워크분석을 통한 금융시스템 상호연계성 실증분석'에 따르면 거시적 충격 발생 시 가계와 기업의 부실로 국내 은행이 감당해야 할 손실규모는 72조4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월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자본총계 114조원의 63.5%가 사라지는 셈이다.

거시감독국 시스템리스크분석팀 조재현, 김현진 조사역은 가계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실률을 3%로,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산매각 손실률을 50%로 가정해 이 같은 수치를 산정했다.

다른 권역의 손실규모도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저축은행은 자본의 78.7%에 달하는 4조3천억원, 상호금융은 자본의 74.8%에 달하는 10조7천억원의 손실이 예상됐다.

거시적 충격에 따른 손실을 반영하고, 신용위험과 유동성 위험까지 고려할 경우 국내 은행 권역에서 부도가 발생하면 외은지점과 생보, 증권, 증권, 증권금융, 저축은행 순으로 모든 금융권역에 부도가 전염될 것으로 분석됐다.

외은지점이나 증권 권역에서 처음 부도가 발생할 경우엔 상호거래가 빈번한 은행 권역에 부도가 전염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같은 사태를 차단하기 위해선 국내 은행들은 15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게 논문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논문은 거시적 충격이 없다는 가정 아래에서도 은행 권역에서 최초로 부도가 발생할 경우엔 모두 284조5천억원의 손실이 다른 권역에 전이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역별로는 증권 권역이 가장 많은 113조6천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은행과의 상호거래뿐 아니라 국내은행의 부도로 인해 연쇄부도가 발생하는 외은, 생보 등 다른 권역과의 상호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손실까지 반영한 수치다.

외은지점에서 처음 부도가 발생할 경우에 다른 권역에 전이되는 손실규모는 52조4천억원, 여전사 부도로 인한 연쇄손실은 32조4천억원으로 계산됐다.

다만 다른 권역과의 상호거래가 적은 저축은행에서 처음 부도가 발생한다면 연쇄손실은 8천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조 조사역과 김 조사역은 "금융회사 간 지나친 신용공여를 제한하는 규제도 시스템리스크관리를 위해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유럽중앙은행도 금융회사 간 신용공여의 집중을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들은 "단기자금시장의 금융회사 간 상호거래를 모니터링해 편중된 상호연계성을 줄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정책당국이 증권사의 콜 차입 한도를 자기자본 이내로 제한하고, 콜 거래 대신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RP(환매조건부채권;Repurchase Agreements)거래를 활성화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