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일본 대지진 등 해외발 악재가 잇달아 터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은 한때 코스피지수 19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반면 안전자산인 채권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7일 연 3.66%까지 떨어졌다. 3년물 금리는 작년 12월 초부터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달 7일에 연 4.10%까지 치솟았으나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달 들어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락세가 더 가팔라졌다.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와 일본 대지진 등으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진 결과다.

실제로 증권사 영업점에서도 소매 채권에 대한 수요가 부쩍 늘었다. 문용훈 우리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부장은 "2개월 가까이 조정장이 이어지자 투자자들의 성향이 안정 지향적으로 변해 단기물보다는 장기물에 관심이 많다"며 "연 5.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채권이면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국고채에 대한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최훈근 동양종금증권 FICC팀장은 "연초 국고채에 투자했던 고객들이 최근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자 서둘러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며 "지금은 금리 수준이 너무 낮아 섣불리 채권을 샀다가는 오히려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4.3% 정도까지 올라 국고채 투자의 상대적인 매력도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국고채보다는 우량 회사채에 주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국고채에 비해 회사채는 최근 들어 금리가 크게 하락하지 않아 은행 예금과 비교해 매력이 있다"며 "신용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투자적격 등급(BBB-) 이상 회사채의 금리는 연 4~8%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고 소개했다.

금리 수준이 높기 때문에 향후 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고채와 달리 회사채는 국내외 경제상황 변화에 따른 위험이 더 높기 때문에 투자 종목을 선택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회사채 금리 수준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신용 위험도 크다는 의미"라며 "대외 여건이 불확실한 만큼 가급적 'A-'등급 이상의 우량채로 투자 범위를 좁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 팀장도 "개인들이 개별 회사채의 신용 위험을 분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소매 채권에 투자할 때는 판매하는 증권사의 평판과 신용분석 역량 등을 따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