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금지구역 설정, 반군 무기 공급 등

리비아 사태가 내전 상황으로 고착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과연 어떤 수준에서 군사적 개입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행금지구역(no fly zone) 설정과 함께 카다피 진영의 공군력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 차량이동금지구역(no drive zone) 설정, 반군에 대한 무기 공급과 훈련 등이 거론되고 있다.

BBC는 이 가운데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꼽은 뒤 그러나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제한적인 범위내에서 비행금지구역을 운용하는 방법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은 10일 국방장관회의에 이어 11일 정상회의를 열어 리비아 사태 대응 방안을 다룬다.

◇비행금지구역 설정

현 시점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방안이다.

군사적 개입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작전에 필요한 장비 등은 나토군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리비아 반군도 국제사회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논란이 있긴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결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영국, 프랑스, 아랍연맹이 적극적인데 반해 러시아, 중국, 브라질이 반대하고 있다.

미국, 인도, 독일, 아프리카연합국들은 확실한 방향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에는 카다피 정권의 대공 미사일과 레이더 시스템에 대한 공격이 선행돼야 한다.

저공 비행하는 헬기에는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고 지상군의 공격을 막는데에도 한계가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앞서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이러한 점을 들어 "명령이 내려지면 우리는 할 수는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문제를 너무 쉽게 말하고들 있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었다.

◇ `제한적' 비행금지구역 설정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상대방의 대공 미사일 및 레이더에 대한 공습을 전제로 하는 것과는 달리 이는 비행금지 구역을 소극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카다피 진영에 대한 선제 공격이 없어도 된다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거부감을 완화시킬 수 있다.

카다피 세력의 공습을 억제하기 위해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을 비롯한 주요 도시 상공으로 정찰 비행 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비행금지구역을 어기는 비행기는 격추될 가능성이 있다.

비록 노후된 상태지만 카다피 진영의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의 위협에 노출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카다피 세력이 반군과의 전투에서 공군력에 그다지 크게 의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습

정찰 비행을 하고 비행을 통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직접 공습을 통해 카다피 세력의 공군력을 무력화시키는 강경책이다.

활주로를 폭격하거나 지상에 있는 전투기를 파괴하고, 대공 레이더망을 무력화시키는 등의 방법을 말한다.

그러나 이는 전면적인 군사개입을 의미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가장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차량이동금지구역 설정

비행금지구역을 지상에 옮겨놓은 것이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에 대항하기 위해 비슷한 방법이 동원된 적이 있다.

무장 차량이 움직일 수 없는 선을 정해 놓고 이를 어길 경우 공격한다.

그러나 리비아 처럼 큰 나라에서는 적용하기가 쉽지 않고 이를 시행하려면 지상군에 대항해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공중 전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반군 무장 지원 및 훈련

직접적인 군사 개입이 지연되고 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반군에게는 외부 군사 훈련과 지원이 절실하다.

리비아 동부 국경인 이집트를 통하거나 리비아 서부 국경인 튀니지 등을 대전차 로켓과 개인 화기 등을 지원할 수 있다.

미국이 이미 리비아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는지를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에 타진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현재의 교착상태가 이어진다면 체계적인 군사훈련을 통해 반군의 전투수준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인도적 지원. 조기경보기 정보 공유

조기경보기 등으로 카다피 진영의 일거수 일투족을 파악해 반군과 공유하는 방법도 있다.

지금도 조기경보기가 정찰활동을 펴고 있지만 정보를 반군에게 넘겨주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밖에 리비아인에게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고 선박이나 군 수송기 등을 동원해 철수를 돕는 인도주의적 차원에 머물 수도 있다.

이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반군에게는 그다지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BBC는 "군사 개입의 목적이 과연 무엇이고, 또한 카다피 정권의 현재 전력을 어느 수준으로 판단하는지에 따라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면서 "어떠한 방법이라도 위험은 수반된다"고 지적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