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가 "복수노조 설립을 허용할 경우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하며 창구 단일화는 좋은 제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ILO의 이 같은 입장은 "교섭창구 단일화가 소수 노조의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제약한다"며 전면 투쟁을 선언한 한국노총 · 민주노총과 정반대여서 주목된다.

카렌 커티스 ILO 근로기준국 부국장은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한국산학합동 공동조사단과 만나 "교섭창구 단일화는 교섭비용 등 복수노조로 인한 폐해를 막을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말했다.

커티스 부국장은 "영국에서도 1980년대 단일 교섭창구가 40%에 불과했지만 1990년대 70%까지 치솟으며 생산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노동조합법에서 소수 노조의 난립을 막기 위해 창구 단일화에 참여할 수 있는 노조 자격을 전체 조합원의 10% 이상을 보유한 노조로 정한 것도 불필요한 노조 설립을 줄일 수 있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CFA)도 보고서에서 "가장 대표적인 노조에 의한 배타적 노사협상 시스템은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노동계를 대표하는 ILO가 이런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오는 7월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전면 투쟁을 선언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투쟁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대 노총은 교섭창구 단일화가 소수 노조의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제약한다는 이유로 노사 자율교섭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산학합동 조사단에는 김영문(전북대),이철수(서울대),김명식(조선대),신은종(단국대) 교수 등과 장상수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등이 참가했다.

제네바(스위스)=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