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과 2003년,2010년의 공통점은 뭘까?미국의 낮은 금리와 달러화 평가절하에 대한 기대로 많은 핫머니가 미국에서 빠져나가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을 야기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외국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의 절상을 막기 위해 시장에 강력 개입했다. 중앙은행들이 달러 매수를 위해 화폐를 발행했을 때 각국 금리는 억지로 인하됐고 인플레 압력은 커졌다. 금리가 낮은 때를 틈타 투기세력들이 원자재 선물 시장에서 활동하자 주요 원자재 가격은 빠르게 올랐다.

1971년 '닉슨 쇼크'로 달러의 금 태환(兌換)이 정지되자 1973년까지 주요 원자재 가격이 치솟았다. 2003~2004년 연방금리가 1% 이하로 떨어진 '그린스펀-버냉키 쇼크'로 원자재 값은 폭등했다.

요즘엔 '버냉키 쇼크'가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8년 9월 이후 미국의 단기금리를 제로로 설정했다. 예상대로 2009~2010년 원자재 가격은 급등했다. 2010년에만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원자재 가격지수는 33.5% 올랐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은 처치 곤란했고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 속도도 떨어졌다. 1980년대 초 인플레 완화책이 수립됐다. 당시 FRB 의장 폴 볼커는 고금리(1981년 7월 22%)로 스태그플레이션을 가라앉히는 데 성공했다. 미 장기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자 1970년대 인플레와 함께 흘러나갔던 핫머니가 앙심을 품고 돌아왔다.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치솟았고 1984년 말까지 과대평가됐다.

2003~2004년 그린스펀-버냉키 금리 쇼크는 2008년 상반기까지 달러 약세로 지속돼 거품 경제를 야기했다. 원자재 가격은 치솟았고 상승세는 2007년이 돼서야 주춤해졌다. 가장 큰 거품은 부동산이었다. 모기지 금리는 낮았고 담보 심사규정은 없었다. 2006년 미 평균 주택가격은 2003년보다 50% 이상 올랐고 이 사태는 영국과 스페인,아일랜드까지 퍼졌다. 원자재 거품은 2008년 하반기께 꺼졌으나 모기지 디폴트는 2008~2009년 금융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과거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뭘까?첫째,원자재 가격이나 주변국 통화가치 상승과 관련해 FRB가 또 위기 경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원자재 가격 상승의 이면에는 미국의 인플레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닉슨 쇼크 이후 핫머니는 다른 국가로 흘러들어가 인플레를 야기했다. 지난해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의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은 5%로 미국(1.2%)보다 월등히 높았다. 닉슨 쇼크 이후 일본에서도 1972~1973년 폭발적인 인플레가 있었다.

미국은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낸다. FRB의 통화정책은 주변 국가들에 좋건 나쁘건 영향을 끼친다. 1971년 닉슨 쇼크가 시작되면서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이웃의 불평을 무시해 버렸다. 주변국의 인플레 조기 경보를 간과함으로써 FRB는 전 세계 및 미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었으며 해당국의 물가 상승과 자산 거품 현상까지 야기했다.

로널드 맥키넌 美 스탠퍼드대 교수 / 정리=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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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로널드 맥키넌 스탠퍼드대 교수가 '미국의 최근 수출은 인플레(The Latest American Export:Inflation)'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