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했다고 심사 일체 배제로 보긴 어려워"

인ㆍ허가를 받은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는 건축신고는 민원인의 신고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행정청이 실체적 요건을 심사하고서 이를 받아들이는 수리(受理.받아들임)를 필요로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20일 오모(60)씨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청장을 상대로 낸 건축신고 불가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건축법상 건축신고로 일정한 인ㆍ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는 취지는 절차를 간소화해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것이지 인ㆍ허가 요건에 관한 일체의 심사를 배제하려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오씨가 지으려는 건축물은 해당 토지를 통행로로 사용하는 주변 지역의 토지이용 실태 등과 조화를 이룬다고 보기 어려워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 기준을 갖췄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행정청은 인ㆍ허가와 관련된 실체적 요건을 심사하고 건축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어 건축행위의 난립으로부터 공익과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2006년 용인시 기흥구 토지 110㎡를 경매로 사들여 2009년 건물 두 동을 짓겠다고 구청에 건축신고를 했으나 `1991년 경매 전 주인이 이웃 다세대주택 건축 시 해당 토지를 진입로로 사용하라고 승낙해 현재 통행로로 사용되고 있다'며 구청이 신고를 안 받아들이자 취소소송을 냈다.

오씨는 "연면적 합계 100㎡ 이하 건축물을 지을 때는 허가가 아니라 신고만 하면 되기에 구청은 실체적인 요건을 심사하지 않고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1ㆍ2심 재판부는 "건축신고라도 인ㆍ허가받은 것으로 의제하는 효력이 발생할 때는 행정청의 수리를 요한다고 봐야 한다"며 "오씨는 폭 3m의 포장된 통행로에 건물을 지으려는 것이라 개발행위 허가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건축신고 수리 불가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