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도시보 1면..노벨평화상 시상식 암시 논란
시대주보, 자오롄하이 `영향력 100인' 선정

중국 정부의 엄격한 언론통제에도 중국의 일부 언론매체들이 반체제 인사 또는 인권 운동가 관련 소식을 직.간접적으로 보도하는 등 용감한 행동을 해 주목을 끌고 있다.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발행되는 시사주간지인 시대주보(時代周報)가 최근 `사회불안 조장 혐의'로 수감중인 인권운동가를 `중국의 영향력 있는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하는가 하면, 광둥성의 유력 신문인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가 중국 당국이 금기시하는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평화상 시상식을 암시하는 듯한 사진을 1면에 실었다.

앞서 지난 3월 1일에는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즉 양회(兩會)를 앞두고 경제관찰보(經濟觀察報), 남방도시보 등 중국의 13개 주요 신문들이 `공동사론'(사설격)을 통해 `현대판 신분제'로 불리는 호적제도(戶口制度) 개혁을 촉구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 같은 중국 언론매체들의 잇단 `과감한 보도'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엄격한 언론통제에 맞서 언론출판의 자유를 촉구하는 언론매체와 지식인들의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마오쩌둥(毛澤東) 비서 출신의 리루이(李銳),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편집장을 지낸 후지웨이(胡績偉) 등 개혁성향의 중국 공산당 간부 출신 23명은 지난 10월 12일 전인대 앞으로 보내는 온라인 공개서신을 내고 출판심사제도를 폐지하고 공민의 진정한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 시대주보, `멜라민 분유 피해자 영웅' 자오롄하이(趙連海)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 = 시사주간지 시대주보는 최신호에서 `멜라민 분유' 피해자 부모들의 대표로 활동해온 사회운동가 자오롄하이(趙連海.38)를 `영향력 있는 시대의 100인'에 포함시켰다.

매주 3만부 가량 출판되는 시대주보는 출판 후 문제의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 중국 언론당국에 의해 회수되는 소동이 빚어졌다고 홍콩의 명보(明報)가 15일 보도했다.

그러나 자오롄하이 관련 기사가 포함된 시대주보는 이미 상당량이 판매된 뒤였다.

자오롄하이는 2008년 어린이 6명이 희생되고 30만명이 피해를 입은 멜라민 분유 파동이 일어나자 피해자 가족 단체를 결성해 중국 당국에 피해보상 등을 요구해 온 `멜라민 분유 피해자의 영웅'으로 불리는 사회운동가다.

그의 5살 짜리 아들도 멜라민 분유의 피해자다.

자오롄하이는 지난해 말 `사회불안 조장 혐의'로 체포돼 지난달 10일 베이징(北京) 다싱구 인민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홍콩에서는 홍콩의 독자성과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범민주파 뿐아니라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친중파 인사들까지 자오롄하이에 대한 실형선고가 부당하다면서 석방운동에 가세하고 있다.

◇ 남방도시보 1면에 빈의자 사진 게재 = 광둥성 성도인 광저우(廣州)시에서 발행되는 남방도시보의 12일자 1면에는 빈의자 3개가 나란히 놓여 있고 학 5마리를 어떤 사람이 막아선 모습을 담은 대형사진이 실렸다.

사진 아래에는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개막에 대한 기사가 배치됐다.

겉보기에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였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이 사진이 지난 10일 빈의자가 대신했던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시상식 장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사진 속의 빈 의자가 류샤오보를 상징하고, 학은 `축하' 또는 `평화'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사진 속에서 모자를 쓴 사람이 학들을 막고 있는 것은 독재자가 민주인사들의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석을 막은 것을 상징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결정된 10월 초부터 보도 통제에 들어가 중국내 어떤 매체도 류샤오보와 관련한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은 시상식 직후 `빈 의자'를 인터넷 검색 금지어로 정했지만, 인터넷상에서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등장한 빈의자 사진과 류샤오보의 문학작품 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논란이 확산되자 남방도시보 관계자는 "이 사진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확대해석을 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