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래리킹 인터뷰서 한반도 위기상황 언급 "상황 정상화위해 관계 당사국 모든 노력 기울여야"
2012년 대선 출마 계획, START 비준 문제 등도 거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최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 등으로 위기가 고조된 한반도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 관계 당사국들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중국이 북한에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푸틴 총리는 미국 동부시간 1일 밤 9시(한국 시간 2일 오전 11시)에 방영될 예정인 미국 CNN 방송의 인기 토크쇼 '래리 킹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현 상황을 정상 궤도로 되돌리기 위해 우리 모두는 지금부터 무슨 일이든 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토크쇼 방영에 앞서 일부 미리 공개된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푸틴 총리는 특히 "중국은 우선 북한에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단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한반도 사태 해결을 위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간접적으로 요청한 것이다.

푸틴은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남북한 국민 모두의 이해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인내심을 갖고 그들(남북한 국민)과의 올바른 대화 방식을 선택하면서, 아주 복잡한 이 협상 과정에 관련된 6개국 모두의 조율된 입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계국들이) 통일된 접근을 하는 게 중요하며, 이것이 공동의 성공을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미국 CNN과의 화상 대화 형식으로 녹화된 이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2012년 대선 출마 계획에 대해서도 또다시 언급했다.

그는 차기 대선에 자신과 메드베데프 대통령 가운데 누가 후보로 나설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 문제는 메드베데프와 조율해 결정할 것"이라며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좀 더 두고보자"고 말했다.

총리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이 정치적 실권을 쥐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 "그런 얘기는 우리 둘 중 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나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푸틴 총리는 앞서 지난달 2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경제포럼에서도 "2012년 대선 출마 여부는 선거에 임박한 시점에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푸틴은 이어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 외교 전문에서 자신을 '배트맨', 메드베데프를 배트맨의 조수인 '로빈'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비윤리적"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나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그처럼 불손한 평가를 받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며 "그러한 관측은 현실에 맞지 않는 비방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총리는 또 미국이 러시아와 체결한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비준하지 않을 경우 양국 간에 군비 경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만일 러시아와 미국이 (핵 군축과 관련한) 공동의 노력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우리도 원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군비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이루어진 푸틴 총리와 저명 토크쇼 진행자 래리 킹의 인터뷰는 미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화상 대화 형식으로 40분간 진행됐다.

킹은 푸틴에게 영어로 질문을 했고 푸틴은 러시아어로 답했다.

CNN에 일부 내용이 미리 공개된 푸틴 총리의 인터뷰는 1일 밤 9시(미국 동부 시간)에 방영될 예정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2008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푸틴은 취임 초기인 2000년 9월 래리 킹 쇼와의 첫 인터뷰에서 그해 8월 수병 118명의 목숨을 앗아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침몰 사건과 관련, '쿠르스크호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라는 질문을 받고 '가라앉았다'라고 답해 비난 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핵 잠수함의 침몰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으로서 격에 맞지 않는 엉뚱한 답을 했기 때문이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