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20개국(G20) 비즈니스 서밋(B20)이 9일 12개 소주제별 보고서 공개를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B20은 34개국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한곳에 모여 G20 정상에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회의체다.

공식 일정은 10일 저녁 환영 리셉션부터지만 참가 CEO들의 개별 인터뷰와 국제상공회의소(ICC) 회장단의 청와대 방문 등이 이날부터 시작됐다.

B20 주요 참가자들은 조직위에 이 행사에 거는 기대를 담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마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은 "비슷한 국제행사에 여러 번 참석했지만 이번처럼 주최측이 효율적이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 업체 ENI의 로베르토 폴리 회장은 "G8 에너지 서밋,토론토 비즈니스 포럼 등에도 참여했지만 한국만큼 완벽하게 행사를 준비한 곳은 없었다"며 "한국이 G20에서 실물경제를 함께 다루는 장을 마련한 것은 매우 훌륭한 일이며 효과적인 의견 교환의 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출구 전략' 소주제 토론을 맡은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은 "출구 전략의 원칙과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해 CEO들과 진지하게 논의할 것"이라며 "전 세계인들이 경제성장이 가져오는 열매를 함께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20 참석 CEO 가운데 이날 처음으로 미디어 인터뷰를 한 크리스 고팔라크리슈난 인포시스 회장은 "성장 분야와 고용 창출에 관한 전 세계 국가들의 각종 데이터를 모아두는 글로벌 리소스 센터 설립을 제안해 각 정부와 기업이 이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IT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 서밋 참가자는 기업 CEO만이 아니다. 각국 정상과 각 분야 전문가들도 함께 토론에 참여한다. 무역과 투자 분야에서는 러시아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이 참여한다.

이들은 기업 CEO들과 세계 무역장벽 해소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 분야에선 호주와 아르헨티나 정상과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등이 글로벌 기업의 CEO들과 머리를 맞댄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라자트 굽타 회장 등 청와대를 방문한 국제상공회의소 회장단과 면담했다. 이 대통령은 "비즈니스 서밋이 이번 회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정상회의에서 주요 과정으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굽타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은 G20 정상회의 의장인 이 대통령에게 무역투자 자유화와 기후변화 등에 대한 기업인들의 의견을 담은 정책의견서를 전달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B20 행사와 2010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겹쳐 일정을 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장은 11일 오전 B20 공식 개막총회에 참석한 뒤 같은 날 오후 전용기 편으로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등과 함께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광저우로 떠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삼성과 관계가 돈독한 글로벌 기업 CEO들이 대거 참석하는 것을 감안,시간을 쪼개 G20 행사와 아시안게임을 모두 챙기기로 했다.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룸에는 내외신 기자 150여명이 몰렸다. 각국에서 온 기자들을 위한 취재 지원인력 60여명이 상주하면서 각종 인터뷰 등의 안내를 맡았다. 호텔 바깥엔 보안 등을 위해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호텔 입구 쪽에서는 소총을 메고 있는 보안 인력들이 눈에 띄었다. 관할 소방서 인력 10여명도 호텔 인근을 돌며 안전시설을 점검했다.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기업인들은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공식 행사 외에도 개별 일정을 빼곡히 짜놓고 있다. 토드 브래들리 HP 부사장은 이날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테크플러스 2010' 포럼에 참석해 강연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미래엔 기술의 융 · 복합 속도가 빨라지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개인에 이르기까지 정보 접근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HP는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김현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