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총칙 손질, 형벌종류 4가지로 단순화
강력범엔 보안처분…벌금도 집행유예 인정

실제로 잘 선고되지 않는 형벌인 금고와 자격정지 등이 없어져 형벌의 종류에 사형, 징역, 벌금, 구류만 남게 된다.

또 법관이 재량으로 선고 형량을 줄일 수 있는 요건을 정해 자의적 감형을 엄격히 제한한다.

법무부는 형벌의 종류를 기존 9가지에서 4가지로 줄여 형벌제도를 정비하는 등 총칙 부분을 대폭 손질한 형법 일부개정안을 25일 입법예고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해 공포되면 2년의 경과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현행 형법에서 형벌의 종류는 사형과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 등 9개다.

개정안에서는 실무상 잘 쓰이지 않는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과료를 삭제해 형벌 종류를 4개(사형, 징역, 벌금, 구류)로 줄였다.

금고는 노역을 수반하지 않는 구금형으로 통상 징역보다 가벌성이 약한 경우 선고되는 형벌이다.

몰수는 보안처분의 성격도 있는 점을 감안해 형벌의 종류에서 빼는 대신 별도의 형사제재 수단으로 보고 따로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법관이 재량으로 선고 형량을 절반까지 줄이는 기존 `작량감경'(酌量減輕) 조항의 요건을 명확히 해 자의적 판단에 따른 감형의 가능성을 낮췄다.

개정안은 `정상감경' 조항을 마련해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피고인의 노력에 의해 피해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이 회복된 경우 ▲피고인이 자백한 경우에 한해 형을 감경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강력범죄자에 한해 상습범ㆍ누범 가중 규정을 폐지하는 대신 `보안처분'(보호수용, 치료수용, 보호관찰)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는 재범 우려가 큰 범죄자를 형 집행 후에도 일정기간 격리 수용해 이중처벌 논란을 일으킴에 따라 폐지됐던 보호감호제를 대폭 손질한 것이다.

방화와 살인, 약취ㆍ유인, 성폭력, 강도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는 자에게 보호수용을 부과한다.

징역형 종료 6개월 전에 보호수용 집행이 필요한지 심사한다.

국제 범죄가 증가하고 이를 규율할 국제조약 체결이 늘어나는 경향을 반영해 `세계주의' 규정도 신설했다.

우리 영토 밖이라도 폭발물 사용, 통화ㆍ유가증권 위조, 영리를 위한 약취ㆍ유인ㆍ매매 등 특정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을 우리 형사사법기관이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종전에는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내ㆍ외국인, 국외에서 범행한 한국인, 국외에서 대한민국이나 우리 국민을 상대로 범행한 외국인만 처벌할 수 있었다.

기존 형법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인정하므로 그보다 가벼운 벌금형도 집행유예를 인정키로 했다.

집유 부과가 가능한 벌금형의 상한은 500만원이다.

국외도피자에게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것처럼 형 미집행자가 국외에 체류하는 기간에는 형의 시효가 정지되며, 현행 3년인 몰수ㆍ추징금 시효는 5년으로 늘어난다.

농아자의 범죄는 무조건 형을 감경하는 기존의 `필요적 감경' 규정은 삭제했다.

특수교육 발달에 따라 농아자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사물을 변별하고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충분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난 혼인빙자간음죄 규정은 삭제됐다.

김석재 법무부 형사법제과장은 "1953년 형법을 만든 이래 여러 번 정비했지만 총칙은 거의 개정하지 않았다"며 "변화된 국민의 법의식과 사회 여건을 감안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보안처분의 경우 재범 위험성 판단, 심사 등의 내용에서 위헌 시비가 없도록 후속법률을 만들 때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