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4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 대해 무죄 확정판결을 내림에 따라 숱한 논란을 낳았던 외환은행 불법 매각 의혹은 혐의 없음으로 일단락됐다.

금융당국과 외환은행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 법적 분쟁을 종결하고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4년 법적분쟁 종결…변양호 신드롬 잦아들까

이번 확정 판결은 4년 넘게 끌어온 변 전 국장의 개인적 명예회복 외에도 외환은행 매각과정에서 당국이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국민적 비판론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는 의미도 갖는다.

변 전 국장은 2003년 론스타와 공모해 고의로 외환은행의 자산을 저평가하고 부실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정상가보다 3천443억∼8천252억원 낮은 가격에 외환은행을 매각한 혐의 등으로 2006년 말 기소됐으나 1심과 2심 모두 무죄를 받았다.

외환은행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둘러싸고 지루하게 계속됐던 논란과 공방을 잠재울 것으로 기대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에 종지부가 찍혔다"며 "그동안 헐값 매각 논란이 외국자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외국 투자자에 대해 선입견과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해 해외 자본 유치에 걸림돌로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변 전 국장의 무죄가 예정된 수순이었다며 다행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불거진 이후 공직사회에서 관료들이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때 몸을 사리고 총대메기를 꺼려하는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을 약화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관료들이 소신 있게 정책을 추진하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무죄를 받긴 했으나 정책 판단이 사법적 심판대에 오른 전례가 생겼다는 점에서 변양호 신드롬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매각 속도낼 듯


이번 판결로 인해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인수 의사를 밝힌 호주 ANZ(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은행은 최근 외환은행에 대한 현장 실사작업을 마치고 이달 중 인수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ANZ은행이 인수를 결정하면 외환은행의 지분 51.02%를 보유한 미국계 펀드 론스타는 본계약 체결을 위한 가격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는 호주 ANZ와의 협상 결렬에 대비해 그동안 인수 후보 중 하나였던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최근 매각 대상 전체 지분(51%) 중 절반(25%)만 인수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쟁구도를 형성해 가격을 높게 받으려는 론스타의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MBK가 실사에 참여하지 않은 정황 등을 고려할때 ANZ은행의 인수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외환은행 매각 작업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매각과정이 구체화되고 금융위에 신청이 들어온다면 절차에 따라 승인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논란 여전…재매각 영향없어

이번 판결이 외환은행 매각 과정의 불법 의혹은 해소했지만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대주주 자격이 있었는지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은행법상 비금융회사의 자본이 총 자본의 25% 이상이거나 비금융회사의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이면 산업자본에 해당해 은행 지분을 9%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하지만 론스타의 전 세계 투자현황을 볼 대 론스타는 산업자본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고, 금융위는 2007년 7월 론스타가 산업자본에 해당하는지 심사에 들어갔다.

만일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판정나면 외환은행 보유 지분 51.02% 가운데 9% 초과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고 금융위는 이 초과 지분에 대해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심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가 외환은행 재매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률상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과 외환은행의 재매각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어차피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실익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조재영 기자 jbryoo@yna.co.kr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