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주식형 펀드 환매가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서도 일부 증권사들은 꾸준히 펀드 판매를 늘리고 있다. 반면 대다수 대형 증권사는 펀드보다 수수료 수입이 짭짤한 자문형랩,주가연계증권(ELS) 등에 주력해 펀드자금 이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국내 주식형 펀드 판매잔액은 지난 8월 말 기준 25조8795억원으로,작년 말(28조1133억원)보다 7.9%(2조2338억원) 감소했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에서 10조원 넘는 자금이 유출되는 사이 증권사 판매잔액도 2조3000억원 넘게 낮아진 것이다. 은행의 펀드 판매잔액은 7조2000억원이나 줄었다.

이런 와중에 대우증권은 작년 말 1조734억원이던 판매잔액을 올 8월 말 1조2270억원으로 14.3%(1536억원) 늘렸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선전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55억원이던 IBK투자증권의 판매잔액은 8개월 만에 1082억원으로 20배 가까이 불어났고,솔로몬투자증권(727억원 증가) HMC투자증권(490억원) 등도 펀드 판매잔액이 작년 말보다 60~80% 증가했다. IBK증권 관계자는 "대형사들과 달리 기존 펀드 판매잔액이 적어 환매 영향을 덜 받았고 사모펀드 판매에도 주력해 판매잔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는 판매가 부진했다. 펀드 판매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판매잔액이 1조253억원(17.5%) 급감했다. 삼성(-3214억원) 한국투자(-2501억원) 하나대투(-1989억원) 등도 10% 안팎씩 잔액이 줄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펀드보다 수수료가 2~3배 많은 자문형랩 ELS 등의 상품 판매에 치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형 증권사들이 펀드 판매에 소극적으로 나오자 계열 증권사가 없는 중소형 운용사들은 아예 판매사를 못 구해 신규 펀드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ING자산운용은 지난달 14일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비율을 시황에 따라 조절하는 'ING스마트레버리지'를 선보였지만 판매사를 잡지 못하고 있다. GS자산운용도 지난 8월 말 'GS독과점형기업1호'의 금융감독원 심의를 마쳤지만 펀드를 팔 곳을 정하지 못했다.

ING운용 관계자는 "증권사 10여곳에 펀드 판매를 요청했지만 아직 확답을 받은 곳이 없다"고 밝혔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