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한 부패와 관료주의 개선 요원

이라크 학생들을 위해 미국이 노트북 8천여대를 기부했지만 이런 호의는 부패가 만연한 이라크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사라져버렸다.

지난 2월 이라크의 움 카스르 항구에는 미국 세금으로 구입한 180만달러 어치의 노트북 컴퓨터 8천80대가 도착했다.

이 컴퓨터들은 바빌 지역 이라크 학생들에게 전달될 예정이었지만 움 카스르 항구의 세관에서 몇 개월 동안 묶여 통과하지 못했고 끝내 행방이 묘연해진 채 사라져 버렸다.

뉴욕 타임스(NYT)는 26일 이 컴퓨터들의 운명이 이라크에서 만연한 부패와 관료주의의 실체를 드러내는 일화라고 보도했다.

국제투명성기구(TI)의 연간 부패지수 순위에서 이라크보다 부패한 나라는 수단과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뿐이다.

이라크 남부지역 주둔 미군 사령관인 빈센트 브룩스 소장은 노트북 PC가 사라진 것에 격노, 이라크 정부에 조사를 요구했지만 노트북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후 지난 8월 이 컴퓨터 중 4천200대가 경매시장에 나온 것이 드러났고 이라크의 알 나시리야 신문은 점차 만연해지고 있는 이라크 정부 당국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전하면서 "그들이 학생들의 컴퓨터를 훔쳤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당국의 관리들은 하나같이 잘못이 없음을 항변하면서 90일간 수입품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때 처분하는 규정에 따라 매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주 움 카스르 세관 관리 10명에 대한 체포 영장이 발부됐고 이 중 6명이 체포됐다.

하지만, 아직도 나머지 컴퓨터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았고 이들 컴퓨터는 이라크에 도착한 지 7개월이 지나도록 학생들에게 전달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바빌지역 교육위원회 카심 알 무사위 위원장은 "조사가 계속될 필요가 있다"면서 "그리고 모두가 진실을 알 수 있도록 결과가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