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관계자 "오늘 회담 이뤄진 것으로 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방중 이틀째인 27일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북중이 어제는 정상회담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100% 확신은 못하지만 오늘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께 의전차량 편으로 지린(吉林)시를 출발해 1시간30분을 달려 창춘 난후(南湖)호텔에 오전 10시30분께 진입했으며 호텔에서 오후 내내 김 위원장 의전차량의 외출은 확인되지 않았다.

베이징의 유력 외교소식통은 "점심 시간 전에 난후호텔에 중국 수뇌부 가운데 중요인사가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후 주석 아니면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최근 며칠새 휴양차 동북3성에 머무르고 있다가 이날 창춘의 난후호텔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창춘 난후호텔에 도착한 이날 오전 10시30분 이후 중국 수뇌부의 호텔 진출입이 목격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후 주석은 그 이전에 호텔에 진입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중 정상회담은 오후 시간대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며 오찬과 만찬을 통해 북중 수뇌부 간의 회동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중 양국은 아직 정상회담 개최여부는 물론 그 내용에 대해 일체 밝히지 않고 있으나 천안함 사태후 동북아정세를 포함해 북핵 6자회담 재개 여부, 북중 후계구도, 양국 경제협력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이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회담은 지난 3월 26일 천안함 사태 발생후 '한국-미국-일본 대 북한-중국' 대립구도가 5개월여 지속되다가 근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의 6자회담 관련국 순방에 따른 대화 재개노력이 시작된 가운데 열렸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이날 오후 1시께 가무단원들이 탄 차량 3대가 난후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목격돼 두 정상을 포함한 양국 지도부가 만찬을 겸해 공연을 함께 관람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리고 이날 밤 10시까지 난후호텔에 들어갔던 북중 양국의 의전차량들이 나오는 모습이 전혀 목격되지 않아 후 주석 등이 난후호텔에서 숙박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방중에서 사흘째인 같은 달 5일 저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후 만찬' 형식으로 후진타오 주석과 4시간30분간 회담한 바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창춘에서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김 위원장의 귀국 일정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며 "빠르면 오늘 밤이 될 수도 있고 내일 아침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귀국 행로로는 철길 사정으로 볼 때 창춘-쓰핑(四平)-선양-단둥-신의주 노선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후 주석이 베이징(北京)도 아닌 변방의 창춘을 찾아 정상회담을 하는 게 드문 일이라는 점에서 시 부주석이 후 주석을 대신해 김 위원장과 회담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날 북중 정상회담이 개최된 난후호텔은 베이징의 댜오위타이(釣魚臺)에 해당하는 지린성의 영빈관으로 불리며, 고(故) 김일성 주석이 창춘을 방문할 때마다 묵었을 뿐 아니라 지난 40여년간 후 주석을 포함한 중국 당정 간부들의 숙소로 애용되는 곳이다.

(서울.베이징.창춘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인교준.홍제성 특파원
chu@yna.co.kr kjihn@yna.co. kr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