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 자산운용사들이 자신이 속한 그룹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그룹주펀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현대자산운용이 각각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와 '현대그룹플러스'를 운용 중인 데 이어 한화투신운용이 계열사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계열 운용사가 투자하는 만큼 운용 성과가 좋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계열사를 간접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화운용 관계자는 20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한화그룹 목표배당형(주식혼합형)' 펀드의 약관을 승인받았으며 조만간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펀드는 한화 계열사가 발행한 주식과 채권,기업어음(CP) 등에 주로 투자해 시세차익과 함께 장기적인 이자 및 배당수익을 추구한다.

주식은 90% 이하로 투자하며,이 중 그룹 소속 계열사 주식을 최대 50%까지 편입할 수 있다. 나머지는 인덱스펀드와 섹터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업종을 분산하고 시장 흐름을 따라갈 예정이다.

한화운용은 그룹의 주력 업종인 화학 금융 등의 업황 전망이 밝고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라는 점을 들어 이 펀드가 다른 펀드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펀드는 10% 수익률을 달성하면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중간 배당할 예정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 펀드를 출시,운용하고 있다. 순자산 규모는 5580억원(19일기준)으로 지난 6월에는 5000억원이던 설정 한도를 7000억원 수준까지 확대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에 주로 투자하면서 '와이즈 삼성그룹밸류지수'를 추종한다.

현대자산운용의 '현대그룹플러스'는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현대증권 등 현대그룹을 비롯 현대 · 기아차 등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 현대그룹 계열사에 주로 투자한다.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1A'는 연초 이후 10.14%의 수익률(19일 기준)을 냈다. 삼성그룹주펀드 평균(9.97%)보다 소폭 높다. '현대그룹플러스1A'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16.50%로 높은 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펀드를 통해 계열사 회사채에 투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계열사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투자적격 등급이긴 하지만 시장에서 잘 소화되지 않은 회사채나 CP를 펀드 자금으로 인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투신 관계자는 "사전 감독당국과 협의를 거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선의의 관리자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