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면돌파"..박연차 출석 여부 관심
중앙지검장 첫 인사청문회 증인 채택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에 관한 국회 인사청문특위가 16일 증인으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포함시키면서 박 회장의 `입'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검찰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김 후보자가 2007년 4월 미국 뉴욕 방문 시 박 전 회장의 부탁을 받은 한인식당 주인에게 수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해오다 지난 1월 무혐의 처분을 결정했었다.

이에 따라 박 전 회장이 오는 25일 인사청문회에 출석, 증언을 할 경우 김 후보자와 박 전 회장의 사실상 `대질'이 이뤄지고, 그 결과는 김 후보자의 결격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특위에 앞서 여야 간사인 한나라당 이군현,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2시간가량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으며, 결국 한나라당이 박 전 회장을 증인으로 수용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박 전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 대해 예상 외로 강한 반대를 하지는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군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김 후보자가 박연차 사건과 관련, 무혐의 처분을 받지 않았느냐"면서 "이번 청문회의 핵심은 박연차 사건인 만큼 (증인 채택을) 피할 수 없었다.

정면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박 전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되더라도 실제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연차 게이트' 및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해 박 전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정작 박 전 회장이 불참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민주당이 총리실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 지식경제부 제2차관으로 이동한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 등을 증인으로 요구, 한나라당 입장에서 `딜'을 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의 증언에 따라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에서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 전 회장의 발언에 따라 한나라당의 `대응'이 무기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특위가 채택한 증인에는 사상 처음으로 서울중앙지검장이 포함됐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현직 검사가 증인으로 채택된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검찰의 핵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이 증인 명단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정치권과 국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위는 이날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지휘한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또 김 후보자의 `박연차 게이트' 관련 여부 검증을 위해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을 증인으로 선정했다.

다만, 이들 현직 검사가 청문회에 출석할지, 또한 불법사찰 및 박연차 게이트 관련 수사기록을 국회에 제출할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야당측은 이들의 불출석 및 자료 미제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인사청문회법상 `검증절차'를 요구한 상태며, 한나라당은 증인 불출석을 전제로 `검증절차'를 검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