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민 소행…검거에 CCTV 결정적 도움

서울 동대문구에서 발생한 초등생 성폭행 사건의 유력 용의자 양모(25)씨의 범행 수법과 검거 과정은 최근 영등포에서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과 여러모로 닮아 보인다.

이런 점을 들어 이들 두 사건에서 나타난 범행수법 등을 자세히 분석해 유사범죄를 막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씨와 김수철은 자신이 범행 대상으로 삼은 어린 여학생이 사는 집 인근의 주민이었다.

둘 다 지리에 밝은 곳을 범행 무대로 한 것이다.

양씨가 사는 곳은 동대문구에 있는 피해 아동의 집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500m 떨어진 반지하방이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6일 낮 12시20분께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놀던 초등학생 A(7)양을 비어 있던 A양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 성폭행하고 달아났다.

김수철 역시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피해 아동을 흉기로 위협해 납치하고서 학교에서 500여m 떨어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무참히 성폭행했다.

범행 장소는 여아의 집에서 불과 10여분도 채 안 걸리는 곳이었다.

범행이 이뤄진 두 집을 살펴보면 집 주변에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나 있고 2층이나 3층짜리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지역에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지난 2월 부산에서 발생한 김길태 사건의 범행 현장도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골목길이 많은 재개발지역의 빈집이었다.

양씨와 김수철을 잡는 데 CCTV가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영등포서는 학교 주변의 CCTV에 뚜렷이 나온 김수철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탐문에 나서 범행 9시간 만에 집 근처에서 김을 체포했다.

동대문구 성폭행 사건의 경우 양씨의 뚜렷한 인상착의가 CCTV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CCTV에 나온 용의자의 구부정한 모습과 걸음걸이 등이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경찰 관계자는 16일 "CCTV 수사 등을 근거로 탐문한 결과 검거 전날인 14일 양씨의 거주지에서 양씨를 만나 구강세포를 채취했다"며 "범인이 범행 현장에 남긴 체모에서 추출한 DNA가 양씨의 것과 일치한 점 등을 근거로 양씨를 용의자로 특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씨와 김수철 모두 범행 이후 도주를 계획하다가 수사망을 좁혀 들어간 경찰에 붙잡혔다는 점도 두 사건의 공통 분모다.

양씨는 거주지에서 20여일 은신하다가 경찰을 만난 뒤 수사망이 좁혀드는 것에 심적인 압박감을 느끼고 왼손 손목을 그어 자해했고, 연락을 받고 상경한 부모의 도움으로 제주도로 도주했지만 결국 경찰에 검거됐다.

부산으로 도피를 생각한 김수철도 범행 이후 사우나를 다녀온 뒤 짐을 싸러 집에 들렀다가 덜미가 잡혔다.

동대문서 관계자는 "성폭행범을 잡아놓고 보면 범행 수법과 은신, 도주 과정 등에서 기존의 성폭행범과 유사점을 띤 경우가 많다"며 "장안동 성폭행 사건의 경우 CCTV 성능이 뛰어나지 않아 애를 먹긴 했지만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CCTV가 큰 부분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