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통신기록 결정적 기여…잡고 보니 동네청년

서울 동대문 초등생 성폭행 사건의 유력 용의자 양모(25)씨는 피해 아동의 집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500m 떨어진 곳의 반지하방에 사는 동네 청년이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15일 밤 제주의 한 병원에서 검거된 양씨는 범행 직후 서울 장안동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은신하며 지냈다.

직장인 유흥주점에도 나가지 않은 채 만화를 빌려 보며 지냈다고 한다.

범행 이후 경찰 수사에 따른 불안감에 시달려 왔음을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경찰은 범행 현장 주변의 CCTV에 찍힌 용의자가 주민이 아니면 가기 어려운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닌 것을 확인, 인근에 사는 주민이 범행한 것으로 보고 여기에 초점을 맞춰 수사망을 점차 좁혀 나갔다.

경찰은 CCTV 자료와 통신기록 등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양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단정하고 확실한 물증 확보에 나섰다.

이런 차원에서 검거 하루 전날인 14일 경찰은 탐문을 통해 양씨의 거주지에서 양씨를 만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양씨를 직접 만난 경찰은 그를 용의자로 특정할 만한 확증이 없어 DNA 대조를 위해 그의 구강세포만 채취하고 돌아섰다.

경찰을 만난 이후 양씨는 수사망이 좁혀온다는 사실을 직감한 듯 더욱 압박감에 시달렸다.

심리적 불안을 떨치지 못한 양씨는 결국 14일 오후 왼손 손목을 그어 자해를 했다.

양씨 여자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은 양씨 부모가 15일 오전 상경해 항공기편으로 아들을 데리고 제주도로 향했다.

양씨가 제주도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이때부터 긴박하게 움직였다.

범인이 범행 현장에 남긴 체모에서 추출한 DNA가 양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통보가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왔고, 추가로 확보된 CCTV와 통신수사 등을 통해 경찰은 양씨를 범인으로 사실상 단정했다.

양씨가 왼손에 붕대를 감은 상태에서 휠체어를 탄 모습이 공항 CCTV에 포착된 것도 용의자를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경찰 관계자는 "팔에 붕대를 감은 모습을 보고 제주 일대의 병원을 샅샅이 뒤졌다"고 전했다.

결국 제주에 검거조를 급파한 동대문경찰서는 제주 서부경찰서와 공조 수사 끝에 제주도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양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20일 만이었다.

한편 경찰이 검거 하루 전날 양씨를 만났지만 검거하지 못한 것을 놓고 눈앞에서 범인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당시에는 범인이 범행 현장에 남긴 체모에서 추출한 DNA가 양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통보를 못받은 상태였다"며 "강제수사 논란도 있고 확실한 근거 없이 임의동행을 해 수사를 할 수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