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초등생 성폭행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 동대문경찰서 김기용 서장은 16일 "범인의 주거지와 범행 현장은 직선거리로 500m 떨어져 있다"며 "직장이 논현동에 있어 집에 거의 오지 않았고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어 탐문에서 놓쳤다"고 말했다.

김 서장은 이날 오전 1시 열린 검거 브리핑에서 "양씨는 14일 거주지로 찾아온 형사들이 구강 세포를 채취해 가자 심리적 압박감에 손목을 긋는 자해를 했고 연락을 받고 온 부모와 함께 15일 오전 제주도로 갔다"고 밝혔다.

양씨는 손목에 붕대를 감고 휠체어를 탄 모습이 공항 CCTV에 포착돼 병원을 탐문한 경찰에 붙잡혔으며 16일 오전 봉합수술을 마치는 대로 서울로 압송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김기용 동대문서장과 일문일답.

--왜 제주도로 갔나.

▲제주도에 부모가 살고 있다.

용의자가 팔을 많이 다쳐 제주도로 갔다.

--직업과 나이는.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만 25살이다.

--상처는 어떻나.

▲왼쪽 (손목 동맥) 부위를 여러 차례 그었다.

다행히 동맥이 끊어지지는 않고 1~4번 신경이 다쳤다.

내일 오전 긴급 수술을 하고 마취가 깨는 대로 이송할 예정이다.

--공항에 혼자 갔나.

▲같이 있던 여자친구가 가족에 연락해서 부모가 아침 첫 비행기로 서울에 와 같이 내려갔다.

--손에 붕대는 감고 있었나

▲제주청에서 공항 입국 CCTV를 판독하니 휠체어를 타고 들어왔다.

제주 시내 병원을 찾아서 검거했다.

--비행기 표 끊을 때 신분을 알리게 돼 있지 않나.

▲그래서 서울을 떠난 사실을 알게 됐다.

낮 12시30분에 출발했지만, 최종적으로 용의자로 특정한 시점은 15시 전후다.

그때는 제주도 병원에 가 있는 상태였다.

어제부터 심증을 굳혀 오다가 그 시점에 용의자로 단정하고 나섰더니 거주지에는 없고 휴대전화는 꺼져 있어 공항 출입 기록을 확인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언제 나왔나.

▲15일 오후 7시30분에 국과수로부터 통보를 받았다.

--검거 과정에서 저항은 없었나.

▲다친 상태라 저항은 못했다.

--14일 만났을 때 신병 확보 못한 이유는.

▲확신을 못한 상태에서 국과수에서 통보도 못 받았다.

임의동행을 해오면 부인할 때 강제수사로 이어질 수가 없다.

강제수사는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나.

--양천서 사건 때문에 신병 확보를 안 하고 증거를 더 잡으려고 했다는 말인가.

▲그렇다.

--집으로 찾아갔을 당시는 어땠나.

▲강력팀장이 현장에 갔을 때 자세한 몽타주와 피해자가 진술한 인상착의가 전혀 달랐다.

특유의 목을 빼고 상체가 구부정한 뒷모습이 비슷했다.

대화를 나눠보니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때까지 증거를 잡은 것이 없었다.

피해자가 얘기한 인상착의와 다르고 실제 180cm가 넘는다.

그래서 정확한 증거가 필요했기 때문에 임의동행할 수 없는 상태였다.

181~183cm로 마르지 않은 보통 체격에 잘 생겼다.

--결정적으로 특정하게 된 것은.

▲CCTV 자료가 불분명한 것이 있었는데 명확한 CCTV 자료를 확보하고 어제 갔을 때 사진을 찍어놓은 것을 분석했다.

장안동 일대 동선 안에서 추가 CCTV를 확보했고 통신수사를 통해 특정했다.

--혼자 사나.

▲술집 여종업원으로 보이는 사람 2명이 같이 산다.

범행 후에는 직장을 안 나가고 주거지에 은신해 있었다.

숨어있는 동안 인근 만화방에서 한 번에 세트로 만화책을 빌려 갔다.

심리적 불안감을 달래려는데 밖에 나갈 수는 없으니 만화로 소일하지 않았나 추정한다.

--유흥주점에선 언제부터 일했나.

▲정확히 모른다.

--전과는.

▲동종 전과는 없고 다른 전과는 프라이버시 상 알려줄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