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발생 20일만에 제주 병원서 검거
범행현장서 500m 떨어진 곳 거주…심리적 압박에 자해


서울 동대문구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피의자가 사건 발생 20일 만인 15일 경찰에 검거됐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동대문경찰서 김기용 서장은 16일 새벽 경찰서 소회의실에서 가진 검거 브리핑에서 "어제 오후 10시15분께 제주도 이도동의 한 병원에서 피의자 양모(25)씨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김 서장은 "14일 범행 현장에서 500m 가량 떨어진 양씨의 거주지에서 양씨를 만나 구강세포를 채취했다"며 "범인이 범행 현장에 남긴 체모에서 추출한 DNA가 양씨의 것과 일치한 점과 CCTV 및 통신 수사 등을 통해 양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양씨를 범인으로 사실상 단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을 만난 뒤 수사망이 좁혀드는 것을 직감한 양씨는 14일 오후 왼손 손목을 그어 자해했고, 양씨 여자친구의 연락을 받은 양씨 부모가 이날 오전 상경해 비행기편으로 아들과 함께 제주도로 향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양씨는 자책감과 심리적 압박감에 자해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 후 거주지에 은신하며 집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씨를 만났을 당시 신병 확보를 하지 못한 것은 당시 국과수에서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통보를 못 받았고 확실한 근거 없이 임의동행을 해 수사를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양씨는 15일 오후 1시40분께 제주공항에 도착했으며 왼손에 붕대를 하고 휠체어를 탄 모습이 공항 CCTV에 포착됐다.

이에 동대문서는 제주에 검거조를 급파했고 제주 서부경찰서와 공조 수사 끝에 입원해 있던 양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팔에 붕대를 감은 모습을 보고 제주 일대의 병원을 샅샅이 뒤졌다"고 말했다.

병원 4인실에 입원한 양씨는 현재 1인실로 옮겨져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르면 16일 오후께 양씨를 동대문경찰서로 데려와 본격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양씨는 왼손 손목을 수차례 그었지만 신경 4가닥이 다쳤을 뿐 다행히 동맥이 끊어지지는 않았다"며 "오늘 오전 봉합수술을 한 뒤 서울로 압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씨는 지난달 26일 낮 12시20분께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놀던 초등학생 A(7)양을 비어 있던 A양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 성폭행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ㆍ제주연합뉴스) 김남권 김지선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