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시민 처벌 `아람회' 사건 大法계류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지 서른 성상(星霜)이 흘렀지만 이 운동으로 고초를 겪어야 했던 `민초'들의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5ㆍ18과 관련해서는 전직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일반인 등이 관련된 여러 건의 민ㆍ형사 재판이 이뤄져 법적인 차원에서 `과거사 정리' 작업이 전개됐다.

재판에서는 진실 규명, 책임자 처벌, 명예회복, 피해배상 등이 쟁점으로 부각됐으며, 판결을 통해 국가의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됐다.

한편으로는 배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피해자 사면ㆍ복권을 통한 명예 회복도 이뤄졌다.

1990년대 들어 5ㆍ18을 전후한 사망자, 행방불명자, 상이자, 그 유족에게 명예를 회복시켜 주고 보상하겠다는 취지의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특히 1995년에는 5ㆍ18특별법에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지급된 보상은 배상으로 의제(擬制)한다'는 규정이 포함돼 과거 국가의 불법행위가 있었음을 분명히 선언했다.

5ㆍ18과 맞물린 대표적인 사건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이다.

5ㆍ18 민주화운동을 배우 조종했다는 혐의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화 운동가들이 군사재판에 넘겨 중형을 선고받았던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80년 5월17일 중앙정보부에 강제 연행돼 조사를 받다 육군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내란음모죄로 사형을 선고받았고 다음해 1월 형이 확정됐다.

그는 복역 중인 1982년 12월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으며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후인 2004년 1월에 이르러서야 서울고법에서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고법은 `신군부의 헌정파괴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함으로써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려 행한 정당한 행위'라며 김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이 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뤄진 불법 구금을 이유로 김 전 대통령에게 국가가 9천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형사보상 판결을 내렸다.

이후 이 사건에 연루돼 유죄가 확정됐던 이신범ㆍ이택돈 전 의원이 2007년 1월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앞서 5ㆍ18의 `책임자'였던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의 유죄확정 판결로 내란죄와 함께 내란 목적 살인죄가 인정돼 처벌받았다.

유죄 판결이 났지만 `피해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김영삼 대통령에게 건의, 과거 청산과 국민 화합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사면ㆍ복권됐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민주화운동가 등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불법행위로 큰 피해를 입었으면서도 아직 재판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다수의 일반인이 연루된 이른바 `아람회 사건'은 5ㆍ18 30주년을 앞둔 현재도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5ㆍ18 직후 신군부에 비판적 태도를 보인 교사나 공무원 등을 아람회라는 가상의 반국가 단체 구성원으로 몰아 불법적으로 수사하고 중형을 선고한 것으로, 최근 재심 판결을 통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중학교 임시 교사로 재직하다 연행된 박해전씨 등 5명은 `광주사태에 대한 진상' 등의 제목으로 5.18에 대한 신군부의 진압실상을 알리는 유인물을 주민 등에게 배포한 것이 문제가 돼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1982∼1983년 징역 1년6월∼10년이 확정된 이들은 1983년과 1988년에 특별사면ㆍ복권됐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뒤 2000년 재심을 청구, 작년 5월 서울고법에서 무죄 또는 면소를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은 `법관이 진실을 밝히고 지켜내지 못함으로써 사법부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억울하게 고초를 겪으며 힘든 세월을 견뎌 온 피고인과 가족에게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뜻을 밝힌다'고 이례적으로 사과의 뜻을 판결문에 명시했다.

박씨를 비롯한 피해자와 유족은 이를 근거로 국가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1ㆍ2심에서 모두 배상판결을 받았지만 공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1심은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포함해 약 184억원을, 항소심은 206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국가가 상고해 현재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 것이다.

소송을 수행한 검찰은 박씨 등에 대한 형사판결이 확정된 날인 1983년 6월14일부터 5년이 경과한 때에 소멸시효가 완성됐으며 지연이자는 재심 대상인 유죄 판결이 취소된 시점부터 계산해야 과잉 배상을 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의 불법행위가 있다면 배상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적정한 액수를 산정하는 것은 배상 책임을 따지는 것과는 다른 문제인 만큼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항소심에서는 배상 시효가 지났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박씨 등의 주장에 따라 재심 대상 판결이 확정된 시점부터 지연 이자를 산정했지만,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있어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이세원 기자 zoo@yna.co.kr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