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당국과 검찰 등의 잇따른 수사로 궁지에 몰린 월가의 대형 은행들이 벌금을 내고 합의하는 선에서 미 정부와 화해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 월가에 대한 조사가 이제 초기단계에 불과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이미 월가 은행들이 지난 2002년 주식 리서치 사건과 비슷한 형태로 합의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월가의 10개 투자 은행들은 이해 상충의 문제를 막기 위해 애널리스트들의 리서치 방식을 개혁하기로 하고 14억달러의 벌금을 내는 선에서 당국과 합의했다. 이번에는 당시보다 벌금 액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래도 법적 소송을 끝까지 밀고 가기엔 양측 모두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의 조사관이나 검찰도 월가 은행의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작년 여름부터 주요 은행들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권 영업행위를 조사해왔으나 지금까지 골드만삭스 한 곳만을 제소했을 뿐이다. 컬럼비아 법대의 존 커피 교수는 "정부는 동시에 몇 군데 투자은행들을 기소할 인력과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이 받을 타격을 감안하면 정부가 월가를 더이상 강하게 몰아붙이기도 쉽지 않다는 전망도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은행들도 조속한 시일 내에 합의를 하고 넘어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 SEC나 검찰을 상대로 치열한 법정 투쟁을 통해 무죄를 입증한다고 해도 이미 정부의 발표로 인해 고객이나 국민의 월가에 대한 이미지는 손상될 대로 손상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바마 행정부가 월가를 표적으로 삼아 금융개혁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 속에서라면 `소나기'를 피해가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다. 샌디에이고대학 법대의 프랭그 파트노이 교수는 "이들 사건이 결국 법정으로 간다면 그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라면서 "월가는 이 스캔들을 가능한 한 빨리 뒤로 하고 앞으로 전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