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빼고 `동북3성' 방문만 부각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 타깃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는 라진항 등의 개발에 중국의 `동북 3성'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최상위군에 올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전하면서 베이징(北京)에서의 정치.외교일정을 쏙 뺀채 다롄(大連)시와 톈진(天津)시를 방문했다는 내용만 소개한데서도 북한의 이 같은 의도가 읽힌다.

김 위원장이 다롄시를 방문해 시찰에 나섰던 경제기술개발구 내 제3부두는 컨테이너 적재, 보세물류, 자동차 선적 등을 주업무로 하는 부두로, 라진항 개발에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특히 앞으로 북한의 신의주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다롄-단둥(丹東)-신의주를 연결하는 개발축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톈진항은 연간 화물처리량이 700만TEU(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달하는 항구로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톈진시는 항구뿐 아니라 세계 500대 기업중 120개, 4천500여개의 외국계 투자기업이 진출해 있어 앞으로 북한이 외자유치 노하우를 배울만한 모델이다.

더욱이 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에는 김평해 평안북도 당 책임비서와 태종수 함경남도 당 책임비서가 처음 동행해, 북한의 개발 동력이 집중되고 있는 해당 지방의 당 간부가 직접 중국의 발전상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했다.

평안북도는 중국의 동북3성 지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이 지역의 발전과 연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함경남도는 단천광산의 채굴권 제공 등을 통해 이미 북중 경제협력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도 작년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북한 방문 이후 신압록강대교 건설에 합의하고 라진항 사용권을 확보하는 등 북중 경제협력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중국 정부의 `동북진흥계획'과 맞물려 북한의 접경지역이 중국의 이른바 `동북4성' 경제권에 편입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김정일 위원장이 다롄시를 둘러본 뒤 "낙후성을 털어버리고 활력에 넘쳐 첨단의 높이에서 조화롭게 전진하는 대련시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며 "중국 당과 정부가 제시한 동북진흥전략의 정당성과 생활력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경제 개발을 위해 북한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재 북한 권력의 `2인자'로 국방위원회 중심의 외자유치를 총괄하는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처음 수행원단에 포함됐고, 대표적 `중국통'으로 올해 초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초대 이사장에 선임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이 수행한 것도 연관된 맥락으로 이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2개의 경제특구를 방문한 것을 보면 방중의 주요 포인트가 경협과 해외 투자유치에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면서 "다시 말해 경협과 투자유치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중국 측에 강하게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