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 전격 복귀함에 따라 삼성가 3세들의 역할 및 경영권 승계 속도에도 일부 변화가 뒤따를 전망이다. 속도를 내온 3세 경영 승계 작업은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 회장이 복귀함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사 부사장의 경영수업 시간이 더 길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발을 들여놓은 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회장은 당분간 이 부사장 등 3세들의 뒤를 든든히 지원하는 동시에,이들의 경영수업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에 참석한 자리에서 자식들에 대해 "아직 많이 배워야지요. 이렇게 손 붙들고 다니는 것을 보면 모르겠어요. 아직 어린애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는 동시에 아직 배울 게 많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삼성가 3세들의 경영 승계 속도에 대한 변화는 예상되지만 이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후계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회장과 자녀들의 지분 구조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 부사장은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2004년 삼성과 소니의 합작사인 S-LCD 등기임원에 오르면서 경영에 직접 참여했다. 이후 2007년 1월 전무로서 삼성전자의 고객담당최고책임자(CCO)를 거쳤으며 작년 12월 부사장으로 승진,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COO는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삼성전자의 경영 전반을 관장하는 자리다. 회사 관계자는 "이 부사장은 앞으로도 COO로서 자연스럽게 조직 장악력과 통솔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녀인 이부진 신라호텔 전무는 2008년 승진했다. 지난해 9월 신라호텔에 이어 삼성에버랜드 기획담당 임원도 겸직,호텔 및 레저 · 관광 등 그룹 내 서비스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제일모직 패션부문 기획업무를 맡아 온 이서현 전무는 작년 말 승진과 동시에 제일기획 기획담당 임원도 함께 맡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사장이 전자 · 금융 부문을,이부진 전무가 레저 · 서비스 · 석유화학 부문을,이서현 전무가 패션 · 광고 업종을 관장하는 쪽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