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의 중심지에서 올림픽공원 쪽으로 10여분간 달려갔을까. 회오리바람이 솟아오르는 듯한 유리 건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뮌헨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BMW 벨트'(Welt · 영어로는 월드라는 의미)다. 오른쪽에는 4개 실린더 모양을 한 BMW 본사가,뒤쪽으로는 BMW에서 가장 오래된 뮌헨공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자동차 전시장인 1층을 거쳐 2층에 올라가니 세리머니가 한창이다. 새로 BMW를 구입한 사람에게 차를 넘기는 절차다. 엘리베이터를 통해 주문한 차가 등장하자 새 주인은 함박 웃음을 짓는다.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차를 몰고 유유히 시내로 빠져 나간다. 옆에 있던 BMW 직원은 "차를 받기 위해 미국에서 건너온 손님"이라며 "새 차를 타고 유럽여행을 즐기러 갔다"고 귀띔한다. '미국에서 직접 차를 받으러 올 만큼 BMW는 세계 최고의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자부심이 묻어난다.

BMW벨트 뒤에 위치한 뮌헨공장.1922년 처음 지어진 BMW의 뿌리 같은 곳이다. 공장투어를 시작하자 가이드는 "2시간 동안 걸을 준비를 하라"고 경고한다. 처음 들어선 곳은 프레스공장.자동화된 설비가 코일로 된 강철을 자동차 차체로 찍어내느라 분주하다. 가이드는 "100% 자동화된 곳"이라면서도 "600여명이 근무한다"고 했다. "철저한 품질관리를 위해서"란다.

각종 로봇이 차체를 조립하는 조립공정을 지나니 역시 로봇이 차체에 색을 칠하는 도장라인이 나타난다. 조립라인에 들어서니 근로자들의 손길이 바쁘다. 가만 보니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게 아니다. 볼트를 끼웠다가도 윈도브러시를 조립한다. "98%가 고객주문으로 생산되다 보니 그렇다"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다. "그래도 오차 하나 없다"는 말에서 숙련근로자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공장투어를 마치니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생산공정이야 다를 게 없지만 GM이나 현대자동차 등에선 모든 공정을 본 적이 없다. 1시간 남짓 조립라인 일부만 살짝 엿봤을 뿐이다. 이에 비해 BMW는 2시간에 걸쳐 모든 과정을 보여줬다. "왜냐"고 물었더니 "보고 싶어하니까"라는 답이 돌아온다. 결국은 자신감이었다. 품질과 공정,성능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자신감이 BMW가 훨훨 벗는 이유였다.

뮌헨(독일)=하영춘 산업부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