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교통정보, 도로 경사도 및 너비 등 종합적 대책 필요

"기상정보만 참고하는 천편일률적인 대응매뉴얼부터 고쳐야 합니다.

100년만의 폭설이라지만 재난은 언제나 희귀성을 갖는 만큼 사전 대비가 중요하죠"
4일 중부지역의 '눈폭탄'으로 도로가 통제불능에 빠지며 '재난'에 가까운 위기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방재전문가들은 맞춤형 대응매뉴얼 구축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폭설 대비한 '맞춤' 매뉴얼 갖춰야
서울시는 주요 간선도로 등을 대상으로 적설량에 따라 구분된 제설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시의 제설 매뉴얼에 따르면 적설량이 3㎝ 미만일 때는 염화칼슘과 소금 등 제설제를 뿌리고, 3~10㎝에는 밀어내기 작업과 제설제 살포를 병행한다.

10㎝ 이상 오면 밀어내기와 실어 나르기, 제설제 살포가 반복된다.

3㎝ 이상 눈 예보가 있으면 두 번째 단계 작업을 위한 장비들이 즉시 투입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4일처럼 흩날리던 눈이 갑자기 폭설로 바뀌고 25.8㎝라는 기록적인 적설량으로 이어지면 이 같은 대책은 속수무책이었다.

수원시도 사정은 비슷해 대설주의보 발령시 전직원의 3분의 1 비상동원, 대설경보 발령시 2분의 1 동원 등 인력배치와 주요도로별 제설 우선순위를 규정한 정도다.

충북대 이재은(45) 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은 "단순히 적설량 등 기상정보만 참고하는 대응매뉴얼이 문제"라며 "기상정보와 교통정보, 도로의 경사도 및 너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상황별 맞춤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립방재연구소 박병철(41)박사는 "캐나다의 경우 새벽 시간에 눈이 오면 버스회사와 협의해 주요 간선도로에 버스를 계속 운행함으로써 '버스 눈치우기'를 하고 지하철도 운행해 선로에 쌓인 눈을 제거한다"며 "염화칼슘 살포보다 훨씬 효과가 큰 것인 만큼 이런 제설방식의 도입 등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했다.

경기도 수원과 의왕시 경계지역인 지지대 고개와 용인과 수원 경계지역 도로 등 지자체간 경계지역의 제설작업이 취약, 해당 구간에서 극심한 정체를 빚은 만큼 지자체간의 협조와 관련한 매뉴얼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설 중장비, 민간과 보조 맞춰야
경기도 31개 시.군은 제설차량 35대, 살포기 797대, 트랙터제설기 960대, 그레이더 2대 등 1천794대의 제설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가 넘는 폭설의 경우 염화칼슘 살포가 사실상 의미가 없는 관계로 불도저와 굴착기 등 중장비가 동원돼야 하지만 민간업체로부터 임대가 여의치 않았다.

수원시의 경우 5일 굴착기 32대와 소형불도저 4대, 그레이더 1대, 덤프트럭 6대 등을 임대해 눈을 치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수원시 재난상황실 관계자는 "현재보다 3배 이상의 중장비가 필요하다"며 "중장비업체로부터 1대당 하루 30만∼40만원을 주고 임대하고 있지만 업체측 사정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충북대 이 소장은 "비상시에 민간 중장비 회사로부터 신속히 중장비를 빌려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 집앞 눈치우기' 조례 유명무실..시민의식 높여야
안양과 안산, 의정부시 등 경기도내 대부분의 자치단체는 3∼4년 전부터 주민 스스로 집앞과 건물 주변 보도, 이면도로 등의 눈을 치우도록 하는 내집앞 눈치우기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 따르면 눈이 그친 지 3∼4시간 이내에, 밤에 왔을 때는 오전 11시까지 눈을 치워야 한다.

그러나 이 조례는 과태료 부과 등 행정상 책임 규정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국립방재연구소 박 박사는 "지자체의 제설능력이 미치지 않는 이면도로의 경우 시민들이 담당해야 한다"며 "내집앞 눈치우기에 대한 처벌조항 마련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내집앞 낙상사고의 경우 민사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적극 홍보하는 등 시민의식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