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최초로 'V3'를 달성했던 여자배구의 '명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최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목적타' 앞에 속수무책이다. 지난달 22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경기에서 흥국생명은 3세트 23-20,4세트 20-19로 앞서 가다가 오아영 한유미 등 서브에 강한 현대건설 선수들이 흥국생명의 특정 선수에게만 강서브를 퍼부었고 이내 점수를 내줘 역전패 당했다.

지난달 17일 경기에서도 흥국생명은 목적타로 현대건설에 고개를 떨구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목적타로 먼저 재미를 본 것은 흥국생명이었다. 첫 세트를 내준 흥국생명은 부상에서 복귀한 현대건설의 한유미에게 집중적으로 서브를 넣은 끝에 4연속 득점을 올려 25-13으로 2세트를 따냈다. 현대건설도 맞대응했다. 3세트에서 흥국생명의 카리나와 한송이에게 집중적으로 목적타를 날렸고,페이스를 잃은 흥국생명은 두 세트를 연달아 내주며 패했다. 이날 카리나는 35개,한송이는 13개의 서브를 받았고 정확하게 받아낸 것은 모두 17개에 불과해 리시브 성공률이 35.4%밖에 되지 않았다.

시즌 초반 돌풍을 이어가던 남자배구의 LIG손해보험도 최근 목적타로 고전하고 있다. 팀의 간판 공격수 김요한에게 강서브가 집중적으로 쏟아졌고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팀의 조직력이 무너져 연패에 빠진 것.

목적타는 특정 선수에게 서브를 넣는 것이다. 최근 배구의 전략에서 서브는 '첫 공격'으로 불린다. 예전에는 서브를 받는 쪽이 먼저 공격권을 갖게 된다는 인식이 커서 서브를 하는 팀보다는 서브를 받는 팀이 유리하다고 여겼다. 이런 이유로 5세트까지 경기가 이어질 경우 서브를 더 많이 하는 팀이 불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브에서부터 독기를 품는다. 리시브가 약한 선수에게 목적타를 날리는 것이다. 목적타는 상대 주 공격수를 타깃으로 삼기도 한다. 강서브를 퍼부어 상대 주 공격수의 체력을 조기에 소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 일본에 진출한 한국의 대표적인 거포 김연경(JT마블러스)도 목적타를 받아내느라 체력이 떨어져 공격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보통 공격수가 수비에선 흔히 약점을 보인다는 점에서 목적타는 '1타2피'에도 가깝다. 현재 득점 랭킹 10위 안에 든 선수 중 카리나만 리시브 부문 8위에 올라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