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신종 플루 등의 여파로 창업이 부진한 한 해였다. 신규 창업 수요는 많았지만 불투명한 경기전망 탓에 실제 창업에 나서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가 회복세를 타고 있고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시작돼 내년에는 자영업 창업이 크게 활기를 띨 전망이다.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내걸고 자금을 적극 지원할 태세다. KT를 시작으로 공기업,금융권의 명퇴자들이 늘어나면서 중 · 장년 화이트칼라의 창업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예비 창업자들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을 선호해 프랜차이즈 산업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우수 프랜차이즈 육성을 위해 내년 상반기 프랜차이즈 인증제를 도입할 방침이어서 체인 본사 간 우열도 뚜렷해지게 됐다. 올해 창업시장을 결산하고 내년 시장을 전망해 본다.

◆2009년,한식 업종 떴다

올해는 '한식의 해'였다. 정부는 올해를 '한식 세계화 원년'으로 선언하고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만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에 1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고,내년에도 240억원이 추가로 지원된다.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불고기,비빔밥,떡볶이,막걸리 등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창업시장에서 떡볶이전문점,막걸리전문점,설렁탕 등 한식 업종의 위상이 높아졌고,관련 업소의 창업이 크게 늘어났다.

국산 쌀 관련 업종도 인기를 모았다. 수제김밥전문점,국내산 쌀국수전문점,국내산 쌀베이커리점,떡집 등 토종 쌀을 내세운 업소가 급증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국산 쌀국수를 음식점에 제공하고,쌀 가공식품도 학교 급식으로 제공하는 등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전반적인 창업 부진 속에 화장품,미용,피부관리 등 뷰티 업종은 호황을 누렸다. 특히 소형 화장품 전문점들이 인기를 끌었다. 전국에 '몰링 열풍'이 불면서 대형몰 입점 창업도 급증하는 추세다.

창업시장에 악재도 많았다. '신종 플루'가 유행하면서 외식 · 교육 관련 업종은 매출이 급감했으며 예비 창업자들이 개점을 연기하는 사태로 번졌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된 것도 올 창업시장의 특징이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업형 창업을 하는 사례가 늘어났고,경쟁력을 갖춘 창업자들은 지속적으로 점포를 늘려가며 성장했다. 반면 경쟁력 없는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했다. 미국,일본처럼 성공한 점주가 가맹점을 수십개씩 운영하는 '메가 프랜차이지(franchisee · 가맹점주)' 시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랜차이즈 전성시대 온다

정부는 자영업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년에 프랜차이즈 산업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 100여개를 육성하기로 했으며,우수 프랜차이즈 인증제도 조만간 도입한다. 인증제가 시행되면 우량 업체와 부실 업체가 가려지고,우수업체들은 대기업 수준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프랜차이즈 창업을 할 때는 적어도 2~3년 이상 검증된 능력있는 가맹본사를 고르는 게 안전하다.

저신용자 소액신용대출 사업인 '미소금융'도 창업 붐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기부금을 포함해 총 2조원 규모로 운영되는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저소득층의 자활,사업자의 신규 설립 등을 지원키로 해 영세 자영업자들의 창업 기회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업종별로는 '카페'와 '한식' 붐이 이어질 전망이다. 커피전문점,아이스크림전문점,와인전문점 등은 자금이 넉넉한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만큼 사업성을 철저히 점검한 뒤 오픈해야 한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한식 업종의 인기도 이어질 전망이다. 깊은 맛을 내면서 간편하게 운영할 수 있는 추어탕,설렁탕 등의 업종을 눈여겨 봐야 한다.

◆시니어 창업시장 급성장한다

KT는 지난 28일 단일 기업 사상 최대인 5992명의 명예퇴직을 결정했다. 명퇴 신청자의 평균 연령이 50.1세이며 이 중 60% 이상이 퇴직 후 창업 의사를 밝혔다. 다른 공기업과 대기업들도 구조 조정에 나설 계획이어서 내년에 제2 인생을 준비하는 화이트칼라의 창업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고학력 화이트 칼라 출신들은 일반 음식점보다 자신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 관심이 많아 컨설팅,사업지원서비스,저술 · 강연 등 '1인 기업'의 창업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서비스업 창업 때는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주5일 근무제가 보편화되면서 토~일요일에 장사가 안되는 점포가 늘고 있다. 점포를 고를 때 휴일에도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감안해야 한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도움말 주신분=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장재남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