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대학 어학전공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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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대학 스페인어과 학생이 같은 과를 졸업한 선배에게 돈을 내고 '과외'를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년에 졸업반인데 그간 어학 공부를 안해 학점이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그 학생이 얼마나 공부를 안 했길래 졸업이 가까워서도 제대로 말 한 마디 못할까 생각하며 혀를 찼다. 그러나 어학 전공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SKY 대학에서 어학을 전공한 학생들 중 일부가 "솔직히 그 언어를 거의 못 한다"고 했다.
물론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학생은 어느 대학에나 있다. 전공보다 동아리 활동이나 인턴십 등 다른 데 더 관심을 뒀기 때문일 수도 있고,전공을 잘못 선택해 다른 과 수업을 더 많이 듣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지적하는 원인은 따로 있었다. 무엇보다 대학과 교수들의 목표 부재를 들었다. 회화 수업 교재는 여전히 옛날식 문법책에 묶여 있고,실제 사용기회는 거의 없다는 것.의욕적인 학생들은 대학에서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실전 회화 기회를 위해 사설학원을 찾거나 과외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문학 연극 영화 등 예술과 관련된 과목들은 해당 언어를 굳이 하지 않아도 도서관이나 인터넷에서 번역본을 찾아 읽고 수업에 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해도 특별히 제재하거나 언어를 익히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드물다.
결국 졸업할 때까지 해당 언어를 제대로 이해못해도 큰 지장이 없다는 얘기다. 졸업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그저 선배들이 제출했던 리포트를 다시 한번 제출하는 것으로 끝난다.
학생들도 목표의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어학을 전공해 "무엇을 하겠다"는 뚜렷한 의지가 없으니 구글 번역기를 돌려 작문 숙제를 해결하는 일이 다반사다. 일부 대학에서는 불문과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명품가방이나 신발 상표를 갖고 수업을 할 정도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졸업한 상당수 학생들이 기업에 '어학전공자'로 분류돼 입사하니 대학교육에 대한 기업 신뢰가 크게 훼손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학생들이 졸업할 무렵 최소한의 실력을 갖추도록 하는 장치라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은 사회부기자 selee@hankyung.com
처음에는 그 학생이 얼마나 공부를 안 했길래 졸업이 가까워서도 제대로 말 한 마디 못할까 생각하며 혀를 찼다. 그러나 어학 전공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SKY 대학에서 어학을 전공한 학생들 중 일부가 "솔직히 그 언어를 거의 못 한다"고 했다.
물론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학생은 어느 대학에나 있다. 전공보다 동아리 활동이나 인턴십 등 다른 데 더 관심을 뒀기 때문일 수도 있고,전공을 잘못 선택해 다른 과 수업을 더 많이 듣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지적하는 원인은 따로 있었다. 무엇보다 대학과 교수들의 목표 부재를 들었다. 회화 수업 교재는 여전히 옛날식 문법책에 묶여 있고,실제 사용기회는 거의 없다는 것.의욕적인 학생들은 대학에서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실전 회화 기회를 위해 사설학원을 찾거나 과외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문학 연극 영화 등 예술과 관련된 과목들은 해당 언어를 굳이 하지 않아도 도서관이나 인터넷에서 번역본을 찾아 읽고 수업에 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해도 특별히 제재하거나 언어를 익히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드물다.
결국 졸업할 때까지 해당 언어를 제대로 이해못해도 큰 지장이 없다는 얘기다. 졸업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그저 선배들이 제출했던 리포트를 다시 한번 제출하는 것으로 끝난다.
학생들도 목표의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어학을 전공해 "무엇을 하겠다"는 뚜렷한 의지가 없으니 구글 번역기를 돌려 작문 숙제를 해결하는 일이 다반사다. 일부 대학에서는 불문과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명품가방이나 신발 상표를 갖고 수업을 할 정도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졸업한 상당수 학생들이 기업에 '어학전공자'로 분류돼 입사하니 대학교육에 대한 기업 신뢰가 크게 훼손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학생들이 졸업할 무렵 최소한의 실력을 갖추도록 하는 장치라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은 사회부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