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열린 한국과 일본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전의 열기를 이어간다. '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기아) 타이거즈와 일본시리즈를 제패한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14일 오후 1시 일본 나가사키 빅N스타디움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 '한 · 일 클럽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번 경기는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최고 명문팀이 자존심을 걸고 펼치는 맞대결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KIA가 뒤진다는 평가다. KIA는 마운드의 기둥 투수들이 대거 빠진 게 부담이다. 외국인 투수 아킬리노 로페즈,릭 구톰슨은 고향으로 돌아갔고 한기주 서재응 등은 부상 탓에 뛸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토종 에이스' 윤석민과 외야수 이용규는 기초군사훈련을 받느라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KIA는 특유의 끈끈한 정신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단판 승부인 만큼 집중력을 발휘하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타선에서는 이번 시즌 홈런 1,2위인 'CK포' 김상현(사진)-최희섭의 방망이와 한국시리즈에서 '깜짝 영웅'으로 떠오른 나지완을 믿는다. 조범현 KIA 감독은 "최희섭 김상현 등 중심타자들을 앞세워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일찌감치 선발투수로 내정된 좌완 양현종의 어깨도 승부의 변수다. 양현종은 최근 감기몸살을 앓았지만 많이 호전된 상태다. KIA는 양현종이 5회 이전에 무너지면 승산이 거의 없다. 곽정철 손영민 유동훈 등 불펜투수들의 컨디션이 썩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6~7이닝까지 던지는 것을 목표로 정한 양현종은 초반에는 힘으로 밀어붙이고 중반 이후 볼 배합을 다양하게 가져갈 생각이다. 그는 "100%의 컨디션은 아니지만 페이스를 최대로 끌어올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던지겠다"고 말했다.

요미우리는 전력누수 없이 최강 멤버를 출전시킬 계획이다. 중심 타자인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를 필두로 알렉스 라미레스 등 외국인 선수까지 총동원한다. 오가사와라는 "놀이가 아니다. 한 경기지만 전력으로 붙어보고 싶다"며 KIA전의 투지를 불태웠다. 마운드에서는 15승 투수 디키 곤살레스를 비롯해 오비스포,왼손 우쓰미 데쓰야 등 주축 선발투수를 이어 던지게 해 승리를 굳힌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승엽의 활약 여부도 눈길을 끈다. 이승엽은 지바 롯데 마린스 소속이던 2005년 이후 4년 만에 한국 프로야구 챔피언과 맞붙는다. 양현종도 "요미우리를 이기려면 먼저 이승엽 선배를 넘어야 한다"며 "피해가지 않고 공격적으로 피칭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주축 선수 몇 명이 빠진 데다 한국시리즈가 일본시리즈보다 훨씬 일찍 끝나 KIA 선수들이 얼마만큼 실전 감각을 살리느냐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야구 관계자는 "홈런으로 울고 웃는 단판 승부여서 거포 대결로 승부가 날 수 있다"며 "전력상으로는 뒤지지만 정신력이 강한 KIA가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