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싸운 한 해였다.

하지만 돌아서는 선수들의 뒷모습에는 또다시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두산은 1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SK에 패하면서 2009 시즌을 완전히 마무리했다.

2007~2008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은 올해 71승2무60패를 거두며 3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나간 것에 만족해야 했다.

시즌 후반까지 한국시리즈 직행을 꿈꿨으나 마운드가 무너지며 3위로 내려 앉았고 결국 한국시리즈조차 나가지 못했다.

시즌 내내 허약한 마운드에 발목이 잡혔다.

다만 '화수분 야구'라는 별명에 걸맞게 홍상삼, 이용찬, 정수빈 등 뛰어난 신인을 발굴한 것은 성과다.

◇한 맺힌 포스트시즌
두산은 2007~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SK를 만나 눈물을 흘렸다.

2007년에는 다니엘 리오스와 맷 랜들이 나란히 승리를 따내면서 먼저 2승을 올렸으나 내리 4경기를 내줬다.

지난해에도 첫 경기는 두산 차지였다.

하지만 또 이후 4경기를 잇따라 지면서 SK가 한국시리즈를 2연패하는데 제물이 됐다.

올해는 'SK 징크스'를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3선승제에서 2승을 먼저 따낸데다 SK는 김광현, 박경완, 송은범, 전병두 등 기둥 선수들이 빠져 전력이 크게 약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SK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3차전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혈전을 펼쳤으나 박재상에게 행운의 3루타를 얻어 맞고 결승점을 내주며 분위기가 단숨에 뒤집어졌다.

4차전에서도 6회까지 3-3으로 팽팽하게 접전을 펼쳤지만 7회 실책 등이 겹치며 무너졌다.

결국 5차전에서는 마운드가 초반부터 무너지며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3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린 두산은 2004년 이후 5차례나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그중에 3번은 한국시리즈까지 나갔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발목 잡은 투수진
시즌 개막 직전 외국인 투수 맷 랜들이 허리를 다치며 마운드 운용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4년 동안 두산에서 뛴 랜들은 두산 선발진의 중요한 축이었다.

또 랜들 대신 싼 값에 후안 세데뇨를 영입했으나 즉시 전력감은 아니었다.

실력이 처지고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육성형 용병'이라는 냉소 어린 지적까지 받았다.

김선우 외에 뚜렷하게 내세울만한 선발 투수가 없었다.

결국 정재훈, 김상현 등까지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다.

믿을 곳은 불펜과 방망이였다.

임태훈을 중심으로 한 고창성, 이재우, 이용찬 등은 '킬(KILL) 라인'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맹위를 떨쳤다.

또 2008년 타격 타이틀 3개(타율, 최다안타, 출루율)를 거머쥔 김현수는 올해도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최다안타(172개) 1위에 올랐다.

최준석은 외국인 타자 맷 왓슨과 포지션 경쟁에서 이기며 한결 날카로워진 타격솜씨를 보였다.

덕분에 두산은 시즌 초부터 SK와 선두를 다투며 1, 2위권에서 맴돌았다.

6월 하순에는 보름 넘게 1위를 지키며 한국시리즈 직행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 마운드에 구멍이 크게 뚫리고 말았다.

부하가 걸린 불펜진이 연일 두들겨 맞은 탓에 순위 싸움에서 밀렸고 결국 3위로 주저앉고 말았다.

◇화수분 야구의 저력과 한계
두산은 '화수분 야구'로 잘 알려졌다.

지난 몇 년 동안 진갑용, 최기문, 박명환, 심정수 등 주전급 선수를 줄줄이 트레이드 시장에 내 놓았지만, 끊임없이 나온 수준급 '뉴페이스'가 공백을 잘 메웠기 때문이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홍성흔이 자유계약(FA)으로 팀을 떠났고 이종욱, 고영민 등이 시즌 중반 한동안 부상으로 빠졌지만 젊은 피가 제때 수혈되면서 위기를 넘겼다.

9승을 올린 투수 홍상삼과 세이브 공동 1위(26개) 이용찬이 대표적이다.

둘은 나란히 올해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또 이종욱의 부상 공백을 메운 고졸 신인 정수빈, 홍성흔의 보상 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원석, 입단 5년 만에 최고의 해를 보낸 금민철 등도 올해 곰돌이 군단의 일원으로 부쩍 성장했다.

이름보다는 실력이 우선시되는 팀 분위기와 탄탄한 2군 시스템이 맞물리며 두산은 올해도 '화수분 야구'의 저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하지만 과감한 투자 없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운영해서 성적을 내는 데는 한계가 있는 법. 결정적인 고비를 넘기고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숙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화수분'이 아닌 김현수, 김동주에 버금가는 대어급 투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투수 부문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시즌이 끝나면 마운드를 보강하기 위해 용병 영입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