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나오면 진짜 나오게 주유기 조작

서울 광진경찰서는 9일 리모컨으로 주유기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단속을 피해가며 20억원대 가짜 휘발유를 판 혐의(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위반)로 주유소 소장 김모(35)씨를 구속하고 이 주유소 대표 이모(4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 7월15일부터 최근까지 서울 광진구의 한 주유소에서 가짜 휘발유 50만ℓ와 가짜 등유 100만ℓ등 모두 시가 21억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기간 판매된 가짜 휘발유ㆍ등유 매출액은 전체 매출액 31억원의 3분의 2에 달했으며, 대략 7만명 이상이 이 주유소에서 가짜 휘발유나 등유를 주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 결과 이들은 1만ℓ씩 담는 지하 탱크 4개에 진짜와 가짜 휘발유를 나눠 저장하고 리모컨 조작에 따라 주유건에서 진짜 휘발유를 나오게 할지 가짜를 나오게 할지 선택할 수 있도록 주유시스템을 조작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보안 유지를 위해 탱크 개조 공사 때 종업원들을 모두 휴가 보냈으며 일반 손님이 오면 가짜 휘발유를 판매하는 주유건 쪽으로 유도토록 교육한 사실도 밝혀졌다.

경찰은 이들이 석유관리원 등에서 단속이 나오면 진짜 휘발유를 나오게 하다가 일반 손님이 주유할 때는 리모컨을 조작해 유사 휘발유인 세녹스나 등유가 나오도록 하는 방법으로 단속을 피해왔다고 밝혔다.

유사 휘발유인 세녹스나 등유는 차의 엔진에 무리를 주면서 시동을 자주 꺼트려 사고 위험성이 클 뿐 아니라 정상 휘발유보다 더 많은 환경오염을 유발한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의 범행은 이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주입한 승용차 운전자가 주행 중 시동이 꺼졌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한국석유관리원과 합동으로 수사에 착수한 결과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이런 방법으로 가짜 휘발유를 판매하는 업소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가짜 휘발유 공급책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