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러 왔다"…학생들 질문엔 진지한 답변

3일 오후 1시 서울대 경제학부 `경제학 연습2' 강의가 열린 멀티미디어 강의동(83동) 202호 강의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개각 발표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강의실에 들어서자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던 몇몇 학생의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이어 정 총리 후보자가 강단에 올라 인사말을 건넸다.

정 후보자는 "오늘은 강의하러 온 게 아니라 사과하러 왔다.

내가 정부에 가서 총리로 일하게 됐다"고 운을 뗀 뒤 "이 수업은 아마 폐강될 것 같아. 그치?"라고 말하자 곳곳에서 `아∼'라는 아쉬움 섞인 탄성이 흘러나왔다.

참석한 학생들에 따르면 학생이 질문하면 정 후보자가 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수업에서 정 후보자는 자신과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관에 많은 공통점이 있었고 자란 환경까지 비슷해 총리직을 수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해서는 "총장 시절 국정감사를 받아봐 괜찮다.

이틀간 고생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고,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를 인용해 "대학 총장 잘하면 뭐든 잘한다고 하더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진 현안과 관련된 몇몇 까다로운 질문에도 정 후보자는 자신의 견해를 진지하게 전달했다.

총리가 되면 펼칠 정책에 대해 "지니계수가 악화됐다는데 양극화 해소하고 어려운 사람을 많이 돕고 싶다"고 한 정 후보자는 대운하 건설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했지만 비교적 소규모인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또 `이제 좋아하는 야구도 못 보게 될 것 같다'는 말에 정 후보자는 "지금처럼 일찍 퇴근하면 야구장에도 갈 계획이다.

나중에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후배들에게 "자긍심과 애교심을 가져라. 경제학은 기본이 되고 생각하는 학문이니 공부 열심히 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 4학년 학생은 "내가 입학할 때가 정 교수님의 총장으로서 임기 마지막 무렵이었는데 자서전도 읽어볼 정도로 좋아했다.

이후 연구실에 찾아가 이야기도 나누고 했는데 너무 급하게 폐강돼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