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에서 살다 보면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소비하고 사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죠.물을 쓰면 물탱크가 비고 지나치게 많은 짐은 실을 수도 없거든요. "

크리스 웨인라이트 런던예술대 학장(사진)은 예술가이자 환경운동가다. 그는 2002년부터 아내 앤 리디앗과 함께 영국 런던 템스강변에 있는 보트 위에서 살고 있다. 최근 영국문화원 초청으로 방한한 그를 만나 '보트 위에서의 삶'과 그가 요즘 천착하고 있는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그냥 로맨틱할 것 같아 보트 생활을 시작했어요. 자식들도 다 커 독립한 터라 문제될 게 없었죠."그의 보트는 템스강 타워브리지에서 200m가량 떨어진 곳에 정박해 있다. 이곳은 그의 보트를 포함해 18개의 보트가 모여 '보트촌'을 형성한 상태다. 거주자는 45명 정도.런던시나 영국 정부는 보트촌에 대해 특별히 문제 삼지는 않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침실만 6개나 되는 큰 집에서 살다가 보트로 이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길이가 27m에 이르는 대형 보트지만 집에 비해서는 공간도 비좁고 상 · 하수도가 별도로 없어 불편했다. 그는 역설적으로 뭍을 떠나 사는 것이 환경 문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내가 빨래하고 버린 물로 템스강이 더러워진다는 생각이 들고,기후 변화로 템스강의 수위가 높아지는 것이 느껴진다"는 설명이다.

환경문제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최근 동료 예술가 · 과학자들과 함께 '케이프 페어웰(페어웰곶)'이라는 고위도 북극권 탐사 프로젝트를 통해 극지의 빙하가 녹고 있는 과정을 담은 사진작품 시리즈를 선보였다.

웨인라이트 학장은 "진지한 다큐멘터리로 불편한 현실을 들이대면 사람들은 죄책감을 느끼고 피하려 하지만 아름다운 작품을 내놓으면 주목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프로파간다적인 일을 하려는 게 아니라 영국에서 터키산 생수를 사먹는 식의 행위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할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웨인라이트 학장의 작품전시회는 오는 11월 서울대 미술관에서 열린다.

글=이상은/사진=김영우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