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소비지출 개선시 하반기중 예상

미국의 이번 경기침체는 대공황 이후 혹은 2차대전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2007년 12월부터 시작된 침체가 1년 반 이상 지속되면서 전후 최장기 침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미국의 오랜 경기침체가 마침내 끝이 보이는 듯하다.

미 상무부가 31일 발표한 2.4분기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1.0%를 기록, 4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2분기 성장률은 작년 4분기(-5.4%)와 올해 1분기(-6.4%)에 비하면 낙폭이 현저하게 둔화된 것이며, 시장전문가들의 예상치 -1.5%에 비하면 매우 양호한 편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이날 상무부의 2분기 GDP 발표 후 2분기 GDP 실적이 정부가 집행 중인 경기부양책 덕택이라고 평가하면서 "미국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미국 경제의 침체가 이번 2분기로 끝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당장 3분기부터 플러스 성장이 예상되고 주요 기관마다 올해 하반기 및 연간 성장률을 앞다퉈 상향조정하고 있어 벌써부터 장밋빛 전망이 시장을 지배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아직은 멀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경기침체를 진단하는 전통적인 해석인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분석이 아직 유효하다면 4분기 연속 이어진 분기 성장률의 마이너스 행진이 마감됐다고 해서 경기침체가 끝난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도 하반기에 플러스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경기침체가 종료될 것이라고는 단언하지 못하고 있다.

또 여러 지표를 살펴봐도 아직 불안한 측면이 두루 나타났다.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1분기에 0.6% 증가했지만 2분기에는 1.2% 감소했으며 기업부문의 지출 및 투자도 감소폭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다.

2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괜찮았지만 뉴욕 증시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채 마감된 것은 소비지출이 예상외로 부진한 데 따른 실망감도 작용했다.

그러나 2분기에 경기침체 종료를 선언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하반기중에는 경기침체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를 뒷받침하는 요소도 있다.

바로 기업재고 지표다.

2분기의 기업재고는 1천411억달러나 감소했다.

1분기의 1천139억달러보다 감소규모가 더 커졌다.

재고감소는 수요부진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이 생산을 줄이고 있음을 보여주며, 거품경제 시절의 과잉설비가 조정되는 과정임을 나타냈다.

2분기 재고감소는 GDP성장률을 0.83% 떨어뜨리는 효과를 냈으며, 이 정도의 재고감소가 없었더라면 성장률은 -1.0%에서 -0.2%로 올라갈 수 있었다.

줄어든 재고는 앞으로 수요가 살아날 경우 생산을 크게 자극하게 되며 GDP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생산활동을 자극할 수 있는 수요회복이 언제쯤 나타날 것인지 여부다.

1분기에도 재고감소 규모가 상당했던 점을 들어 전문가들은 경기회복이 멀지 않았다고 진단했지만 2분기의 재고감소 폭은 오히려 더 커졌다.

여전히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수요가 살아나려면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채워져야 하지만 실업률은 당분간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고용사정은 점차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이 곧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실업수당 신청자를 기준으로 신규 실업자 수의 4주 평균치는 55만9천명 수준으로 올해 1월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전체실업자 수도 석 달 만에 최저치로 내려가는 등 실업사태가 최악의 고비를 넘긴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고감소가 계속될수록 앞으로 재고를 채우는 과정의 생산활동 반등기세가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상당수 경제전문가는 하반기 성장회복 속도에 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JP모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루스 캐스먼은 3분기 GDP 성장률이 2년래 최고인 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그는 종전까지 전망치를 2.5%로 잡고 있었다.

도이체 방크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지프 라보그나도 올 하반기 평균 성장률을 기존 0.5%에서 2.25%로 높인다고 발표했다.

기업체들이 결국 소진된 재고를 다시 채우기 위해 생산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그 이유로 설명했다.

이런 견해를 종합하면 일단 3분기 실적을 예의주시하고 4분기에 성장세의 탄력이 유지된다면 하반기중 경기침체의 종료를 선언하는 것이 가능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용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개선되고 수요가 확실하게 되살아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