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 가 본 사람은 스미스소니언과학관을 보고 부러워했을 것이고,영국에 다녀온 사람치고 런던과학관이나 자연박물관에 안가본 사람이 있겠는가. 도쿄에 가서 국립과학관이나 과학미래관을 본 사람이면 우리나라에도 그 이상의 훌륭한 과학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 이러한 국민적 열망에 힘입어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 이어 국립과천과학관과 같은 우리 과학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멋진 과학관이 건립됐을 것이다.

선진국에는 인구 10만~20만명당 과학관 한 곳이 있다고 하지만,우리는 근래에 설립된 작은 것을 다 합해도 70만여명에 하나꼴도 안 된다. 이것으로는 과학의 세기인 21세기에 우리의 생존과 번영의 한 축인 과학발전과 과학문화 창달은 요원하다. 우리는 최소한 240여개 시 · 군마다 도서관과 문화원이 있듯이 알찬 과학관을 하나 이상 건립해야 국민 20만여명당 하나꼴이 된다.

중부권에 국립중앙과학관,수도권에 국립과천과학관뿐만 아니라 부산,대구,광주 등지에도 이에 버금가는 국립과학관을 건립해야 함은 물론,특색있는 중소형 공 · 사립 과학관도 많이 필요하다. 자연박물관,과학탐구관,동물원,식물원,수족관도 많이 세워야 한다.

부모들이 어린이의 손을 잡고 찾아가는 '어린이 과학 놀이관',초 · 중 · 고생들이 과학교사와 찾아가는'학생 과학관',직장인들이 직무와 관련된 과학기술 정보 및 지식을 쌓을 수 있는'과학기술산업관',장애우에게 어려움을 과학기술적으로 극복하는 힘과 빛을 주는 '희망의 과학기술관' 등이 전국적으로 많이 건립되고 알차게 운영돼야 한다. 이러한 과학관을 방문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과학기술의 세계가 발전하는 모습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모르는 것을 질문하고 설명하며 문제를 창의적으로 푸는 해결 능력과 함께 실제적으로 보며 토론하는 과학의 정신과 과학적 탐구력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학교교육의 일환으로 기초적인 과학활동이 시작되지만 전통적인 체제 속에서 단순한 과학 지식과 기능의 주입식 지도 및 정답 맞히기식의 평가로는 한계가 있다.

잘 기획돼 설립,운영되는 알찬 과학관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현대과학과 첨단기술을 접하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 국민 모두의 창의력과 탐구력을 함양하며 과학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높일 수 있다. 과학 탐구 체험을 통한 국민 개개인의 자아실현은 국가의 생존과 번영에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더욱 절실한 것이다.

과학관이 이러한 과학세기에 걸맞은 역할을 하려면,무엇보다 국립과학관의 위상을 과학기술대학이나 국립대학교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대학 교수와 같은 전문적인 고급 인력을 양성, 과학관에 배치해 조사,수집,연구,전시,기획,교육 등의 활동을 할 수 있게 정책을 세우고 과감하게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초 · 중 · 고교를 위해 교육세를 내듯이 전국 시 · 군에 중소형 과학관을 건립하고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과학관은 건물을 짓고 한번 전시해 놓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꾸준하게 우리 과학자들의 업적과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창의적으로 전시해 현대과학과 첨단기술의 내용과 모습을 멋지게 보이고 실제로 체험해 보도록 하는 평생교육의 중요한 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길게 내다보고 현명해야 한다.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활기차게 자기 일에 몰두하게 하고 전 국민의 과학정신과 창의력을 키워야 한다. 공휴일과 기념일에 가끔 한두 번 찾는 과학관이 아니라 의미있는 그 무엇인가를 기대하며 반갑게 늘 방문하는 과학관이 이 시대의 역경을 이기고 희망찬 내일을 기약하는 안내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