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테크 선호자, 금융위기 '직격탄'

정책.금융팀 = 금융당국 수장들을 비롯한 일부 고위 공직자들이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 급락기에도 수준급의 재테크 실력을 발휘하며 재산을 늘려 눈길을 끌었다.

반면 일부 경제부처 고위 공직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펀드 투자 손실 등으로 보유 재산이 반토막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 위기땐 현금 쥐고 부채 갚아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7일 공개한 공직자 재산변동 내역에 따르면 금융당국 수장들은 주로 주식 등의 자산을 팔아 발 빠르게 현금으로 갈아타거나 부채를 상환하는 형태로 재산 감소를 막았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예금자산이 늘어나 보유재산이 19억3천 만원에서 20억2천만 원으로 증가했다.

진 위원장은 세계은행에서 받은 퇴직금을 달러예금으로 보유하고 있다가 작년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5천만 원의 환차익을 누리기도 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차녀의 결혼으로 공동 신고자수가 줄어 보유재산이 35억4천만 원에서 31억9천만 원으로 감소했으나, 작년 3월 금감원장 취임 이후 주식 15억7천만원어치를 매각하면서 예금을 5억4천만 원에서 17억9천만 원으로 늘려 보유자산의 가치하락을 막을 수 있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 역시 급여 저축과 주식을 처분해 예금으로 갈아타는 전략 등으로 재산을 3억2천800여만 원 증가한 11억1천299만6천 원까지 불려놨다.

이수화 한국예탁결제원 사장도 주식 매도대금 등으로 예금을 18억8천만 원에서 24억4천만 원으로 늘렸다.

허용석 관세청장은 안양 소재 아파트 가격이 700만 원 가량 떨어졌으나 꾸준히 급여를 저축해 예금을 늘리고 금융기관 채무는 갚아나감으로써 1년간 재산을 5천829만 원 가량 늘렸다.

이승일 한국은행 부총재는 총 재산이 27억2천622만2천 원으로, 전년보다 1억2천998만 원이 증가했다.

배우자와 합쳐 20억 원가량을 10여 개 저축은행, 은행 등에 골고루 예치해놓은 이 부총재는 연금 저축, 예금 이자 수익 등이 늘면서 재산이 증가했다.

◇ 株테크 고위공직자들 금융위기 직격탄
반면 일부 경제부처 고위공직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의 재산은 44억52만 원으로, 1년간 15억 원 이상 줄어들었다.

종전 37억1천313만 원이던 금융자산 가액이 이번에 17억1천204만원으로 '반토막'났다.

예금액을 찾아 송파구 신천동 아파트의 중도금을 낸 부분도 6억여원 가량 됐지만 펀드 평가액 손실도 컸다.

자타가 공인하는 IB전문가인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주식, 부동산, 예금 등 다양한 자산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으나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특히 민 행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함에 따라 보유 중인 리먼 주식 가액을 '0'원으로 신고했다.

민 행장은 유가증권 손실 등으로 1년간 재산이 5억2천여 만원이나 감소했다.

그러나 민 행장의 재산은 금융공기업 기관장 중에서는 가장 많은 51억5천22만 원에 달했다.

국세청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허병익 국세청 차장은 지난 1년간 아파트 가격 하락, 자녀 교육비 등으로 재산이 전년보다 1억1천246만4천원 줄면서 총 재산이 20억8천203만원이라고 신고했다.

기획재정부 허경욱 1차관의 재산도 1억1천234만원 줄어들었다.

펀드 투자 금액이 6천만원 가까이 쪼그라들었고 생활비 지출에 따라 예금이 3억5천586만원에서 2억2천860만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용걸 재정부 2차관의 재산도 40억1천875만 원에서 38억5천715만 원으로 1억6천160만 원 감소했다.

서울 송파구 오륜동에 본인과 어머니가 각각 소유한 아파트 가격이 19억2천800만 원으로 1억5천만원 가까이 줄었다.

LG전자 부회장 출신의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은 91억5천313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으나 보유 주식 평가손실 등으로 6억1천334만 원 감소했다.

한은의 이성태 총재는 전년보다 5천만원 가량 줄어든 17억451만5천 원으로 신고했다.

이 총재는 배우자를 포함해 9억6천만 원 가량의 예금을 저축은행, 은행 등에 주로 예치했으나 일부 펀드 상품이 손실을 내고 생활자금 지출 등으로 재산이 줄었다.

(서울=연합뉴스)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