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대변인 격이었던 타리크 아지즈(73) 전 이라크 외무장관이 11일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라크 고등법원은 이날 아지즈 전 장관에 대한 공판에서 1992년 바그다드 상인 집단 처형사건에 개입한 책임을 물어 이 같은 중형을 선고했다고 AP,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아지즈 전 장관은 정부의 가격통제를 어기고 물건 값을 높였다며 1992년 바그다드 도매시장 상인 42명을 체포, 처형한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후세인 측근 가운데 유일하게 기독교인이었던 아지즈 전 장관은 1980년 이란-이라크전이 발발하자 미국 정부와 협상을 벌여 미국이 이라크를 지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91년 걸프전 당시엔 서방 언론에 단골로 출연, 유창한 영어와 언변으로 이라크의 입장을 당당하게 대변해 유명세를 탔다.

특히 1991년 1월에는 걸프전 당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후세인에게 전하라고 건넨 친서를 `모욕적인 편지'라며 거절, 국제적으로 이목을 모았다.

미국은 이 친서 거부 사건 며칠 뒤 이라크를 공격했다.

아지즈는 이라크전이 일어나기 직전인 2003년 2월엔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만나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라크전 발발 뒤 미군이 현상수배한 후세인 정권의 핵심 인사 55명 가운데 43번째였다가 나중에 25번째로 순위가 오른 그는 후세인 정권이 몰락한 지 2주 뒤인 2003년 4월24일 미군에 체포, 수감됐다.

한편 시아파 학살 혐의 등으로 사형 선고를 3차례나 받은 후세인의 사촌, 알리 하산 알-마지드에게도 이날 징역 15년형이 추가로 선고됐다.

후세인의 이복동생들인 와트반 이브라힘 알-하산과 사바위 이브라힘 등 2명에 대해서는 사형이 선고됐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