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혈투 끝에 9일 일본을 물리치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예선전 A조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이로써 16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B조 2위팀과 경기를 시작으로 본선라운드를 시작한다.

한국은 6일 대만전부터 9일 일본과 `리턴매치'까지 예선 4경기에서 힘있는 중심타선과 효율적 계투를 선보였지만 투타에서 단점도 적지 않게 노출했다.

특히 타격과 마운드에서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커 김인식 감독의 용병에 한계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심타선 OK..하위타선 `잠잠' = 이번 대회에서 3번 타자 김현수와 4번 타자 김태균은 맹타를 휘둘렀다.

지난 시즌 국내 프로야구 타격왕인 김현수는 4경기에서 13타수 5안타로 타율 0.384를 기록했고 지난해 홈런왕인 김태균은 12타수 5안타, 타율 0.416에 타점이 무려 6개나 됐다.

여기에는 7일 일본전 2점 홈런과 9일 일본전 결승 타점도 포함돼 있다.

5번 타자로 나선 이대호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8타수 3안타를 치며 나름대로 분전했다.

그러나 나머지 선수들은 대체로 부진했다.

메이저리거로 이승엽, 김동주 등이 빠진 타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추신수(클리블랜드)는 예선전 직전에 발생한 팔꿈치 부상의 여파 때문인지 7타수 1안타에 그쳤다.

포수 박경완 역시 1안타의 빈타에 허덕였다.

이용규와 이택근 강민호 등은 비록 대타로 출장하는 한계는 있었지만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공격의 물꼬를 터줘야 하는 톱타자 이종욱의 `부진'도 기동력을 추구하는 한국으로서는 고민이다.

이종욱은 4경기에서 12타수 3안타로 0.250에 그쳤다.

살아나가는 횟수가 적다 보니 기동력을 발휘할 기회가 원천 봉쇄되는 분위기다.

볼넷을 4개나 얻었지만 도루는 1개에 불과했다.

이종욱의 부진이 본선에서도 계속된다면 1번 타자로 소속 팀에서 꾸준히 기용된 이용규나 이번 예선전에서 12타수 4안타(타율 0.333), 홈런 1개 2타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보인 정근우가 선두타자를 맡는 방안도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수력 `편차' =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예선전 내내 제1회 WBC 대회에 비해 대표팀의 투수력이 약화됐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물론 9일 일본전에서 메이저리그급 투구를 선보인 봉중근이나 임창용 등과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WBC까지 국제용 투수임을 입증한 윤석민 등 좋은 투수들도 있지만 편차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감독은 예선전이 열리는 일본에 도착하던 날부터 "타격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투수 중 컨디션이 좋지 않은 2명이 있다"라며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제1회 WBC 대회에서는 메이저리거 박찬호와 서재응 등이 포함됐고 손민한이 3경기에서 2승을 거두는 등 빛을 발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박찬호와 서재응 등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빠진데다 투수 중 최고참인 손민한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면서 한 경기도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한국 프로야구 세이브왕인 오승환 역시 예선 4경기에서 공을 만져보지 못했다.

여기에다 한국 내에서는 좋은 구질과 뛰어난 연투 능력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재우나 예선전 직전 황두성과 교체된 임태훈은 국제대회 경험이 모자라 아직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겨루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국내 최고 좌완투수로 꼽히지만 베이징올림픽의 호투로 이미 각국의 제1 경계대상이 되며 철저히 분석된 만큼 김광현이 남은 경기에서 이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 지도 숙제다.

투구수 제한 규정은 그대로인데 패자부활전 성격의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에 따라 경기 수는 1회 대회 때보다 늘어나면서 투수력이 더욱 더 중요해진 만큼 본선에서도 김 감독의 고민은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9일 일본전에서는 무리한 주루 플레이로 기회를 날려 경기를 어렵게 풀어간 만큼 본선을 앞두고는 보다 치밀한 주루 플레이 연습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