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처한 어려움은 최근 발표되고 있는 경제정책에서도 잘 나타난다. 모순된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진퇴양난의 처지에 몰려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산업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수출세 환급비율을 높이고 중소기업에 대출을 늘리는 등 기업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 신발 방직 등 부가가치가 낮은 노동집약적 산업이 혜택을 보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몇 년 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전환,지속가능한 성장의 틀을 마련한다는 오랜 정책 방향이 금융위기로 틀어지고 있는 셈이다. 해고를 막기 위해 지원을 늘리자니 저부가가치 산업을 키우는 꼴이 되고,산업구조 고도화를 계속 추진하자니 '실업자 쓰나미'를 방치한다는 비난이 쏟아질 상황이다.

환경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 13일 푸젠성 정부는 샤먼인근 구레이 지역에 두개의 화학공장 건설을 승인했다. 각각 137억위안(약 2조7000억원)과 49억위안(9800억원)짜리 공장이다. 본래 이 공장들은 2007년 설립불가 판정을 받았었다.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는 이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하게 했고,결국 면허가 발급됐다. 경제회복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논리에서였다.

최종 결정권을 가진 중앙 정부로선 환경이냐 경제회복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난제에 부닥친 셈이다.

외부적으로도 딜레마에 빠져 있다. 미국 국채를 사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도 그 중 하나다. 중국은 미 국채의 최대 보유국이다. 지난해 10월 말까지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는 총 6529억달러로,9월(5870억달러)에 비해 659억달러 늘었다. 7월에는 전월 대비 150억달러가 늘었고 8월에는 237억달러,9월에는 446억달러가 늘었다. 중국이 미 국채를 사주지 않으면 미국은 경제위기 탈출을 위한 재원마련이 사실상 어렵다. 정부가 돈을 쥐는 것은 국채를 발행하거나,세금을 징수하는 두 가지 방법뿐인데 현재 상황에서 미국이 세금을 올릴 수는 없다. 결국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이걸 사줄 곳이 중국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 경제가 회복될 조짐이 안 보인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미 국채 매입을 중단하면 달러 가치가 곤두박질칠 게 뻔하다. 이는 중국이 보유한 달러화 자산의 가치가 급감한다는 의미다. 자산을 지키기 위해 돈을 계속 꿔줘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중국 내에서도 미 국채 매입 중단론이 나오고,외환보유액 다변화 주장이 끊이지 않지만 지도부가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환율 정책도 마찬가지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선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야 한다. 하지만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무역흑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지난 11월 전년 동기 대비 -2.2%로 7년 만에 감소세를 보인뒤 12월엔 -2.8%를 나타냈다. 반면 11월 수입증가율은 -17.9%,12월은 -21.3%로 뚝 떨어졌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줄면서 무역흑자는 11월 400억9000만달러,12월에는 390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은 주는데 위안화 절상 압력은 더 커지는 모순에 직면해 있다. 더군다나 미국은 위안화 가치를 올리라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