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낙동강에서 1,4-다이옥산이 연거푸 검출되고 있는데도 근본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경북도와 대구시 등에 따르면 이번 다이옥산 파문은 낙동강 중류의 구미와 김천지역 화학섬유업체들의 폐수 때문에 발생했다.

1,4-다이옥산은 냄새가 없는 액체로 폴리에스테르 제조 과정에서 생성된다.

섬유나 합성피혁, 의약품, 농약, 전자제품, 화장품을 만들 때 쓰는 물질로 낙동강 수계에서는 구미와 김천지역 화섬업체에서 배출하는 폐수에 대부분 섞여 있다.

인체에 장기간 흡수되면 신장과 간장 등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하는 독성 물질이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2004년부터 마시는 물에서는 50ppb 이상 검출되면 안된다는 권고안을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다이옥산 문제가 처음 불거진 2004년 대구지방환경청과 구미.김천지역 화섬업체가 자율협약을 맺어 가이드라인(50ppb) 이하의 농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폐수에 섞인 다이옥산을 하루 203㎏까지 배출키로 합의했다.

협약을 맺은 기업은 그동안 측정 결과 하루 100㎏ 이내의 다이옥산을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기업들이 협약을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처럼 갈수기에 가이드라인을 넘어선 농도의 다이옥산이 검출되자 "배출 기준량이 잘못 설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다이옥산 배출량을 규정한 협약이 무용지물이 됐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협약이 자율규제이고, 다이옥산이 발암물질임에도 강제적인 배출허용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채 비법정 제재물질로 분류되다 보니까 이번처럼 가이드라인을 넘겨도 마땅한 제재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당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업체측에 폐수 배출량을 줄이도록 요청해 폐수에 포함된 다이옥산량을 줄이거나 낙동강 상류에 있는 안동댐 방류량을 늘려 농도를 낮추는 방법 외에는 없는 실정이다.

하늘만 바라본 채 비가 오길 기다리는 천수답처럼 공장폐수가 자연적으로 정화되기만 기다리는 게 낙동강 수질 관리의 현실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에서 수질 오염 논란이 자꾸만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1991년 페놀 오염 사고의 기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2008년 페놀 유출 사고가 벌어졌고, 2006년에는 퍼클로레이트 검출 사고가 발생했다.

다이옥산 검출도 2004년에 이어 수차례 이른다.

원인은 예나 지금이나 구미와 김천의 공장 폐수에 섞인 오염 물질이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갔기 때문이었고, 이때마다 구미 남쪽에 사는 대구와 부산 등지의 주민들은 낙동강 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탓에 수돗물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 때문에 낙동강 중.하류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구미공단보다 상류 지점에 상수도 수돗물을 생산하는 정수장을 건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현실로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구미와 김천지역 공단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줄여야 하고, 낙동강 유역의 하수종말처리장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다이옥산이나 페놀 등 유해물질을 처리할 수 있는 신기술을 이른 시일 안에 개발해 기업체나 하수종말처리장에 도입하고, 갈수기에 대비해 낙동강 수량을 대폭 늘리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실적으로는 공장에서 나오는 물을 한 차례 가둬 수질검사를 마치고 강으로 내보내는 시설인 완충 저류시설을 하루빨리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가 올해 1월부터 구미 국가산업단지 2.3단지에 완충 저류시설을 설치.운영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김천의 코오롱 유화부문 공장의 페놀 유출 사고를 계기로 산업단지에 준하는 공업지역에도 완충 저류시설 설치가 법적으로 의무화되자 김천, 서대구 공업지역 등지에도 완충 저류시설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 대구시민은 "구미와 김천의 공장에서 유출되는 폐수 때문에 하류에 사는 대구시민이 매번 피해를 보고 있다"며 "언제까지 이런 사태가 되풀이돼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sds1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