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외교를 사실상 대표했던 이건희(67) 전 삼성그룹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을 일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IOC 홈페이지(www.olympic.org)는 에 따르면 이건희 IOC 위원이 `일시 자격 포기(Provisionally given up the rights)' 상태인 것으로 8일 밝혀졌다.

통상 IOC가 개인 비리에 연루된 위원에 대해 일시 자격정지를 내린 사례는 여러차례 있었지만 IOC 위원 스스로 권한을 포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건희 IOC 위원은 지난 해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IOC는 베이징올림픽 기간에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께서 지난 해 6월경 IOC 집행위원회에 앞서 스스로 자격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IOC에서는 과거 비리를 저지른 위원들과는 사안이 다르다고 판단했기에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거나, 유죄를 받더라도 차후 사면 복권이 되면 IOC 위원 자격도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제스포츠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이건희 IOC 위원이 활동을 일시적이나마 중단하면서 한국 스포츠 외교력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한때 3명의 IOC 위원을 배출하기도 했지만 김운용, 박용성 IOC 위원이 잇따라 사퇴했고 이건희 위원마저 일시적으로 자격을 포기함에 따라 베이징올림픽에서 선수위원으로 선출된 문대성 IOC 위원만 남게 됐다.

특히 10월초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IOC 총회에서는 2016년 하계올림픽 종목 투표를 벌일 예정이어서 태권도의 존속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이건희 위원의 부재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