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논란속 시민들의 응어리 풀어줘야

경기도 고양시가 원활한 대중교통체계 구축을 위해 도입하기로 한 경량전철(모노레일)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시(市)는 23일 재원조달의 어려움, 사업성 위주 노선설정의 한계, 경제성 분석의 의문, 명품도시 개발 논의와 행정구역 개편 등 여건의 변화 등의 이유를 들어 경량전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04년부터 행정력과 예산을 투입해 경량전철 사업을 추진해왔던 시는 신중하지 못한 정책 추진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갈등만 양산한 경전철 = 고양 경전철 사업은 2001년 도시교통정비 중장기계획에 처음 논의된 뒤 2004년 경전철 사업을 위한 기초조사를 하면서 시작됐다.

시는 이어 2006년 4월 한국교통연구원에 경전철 기본계획 용역을 의뢰했고 지난해 2월 건설업체가 사업제안서를 내면서 구체화 됐다.

시는 용역에 따라 5천115억원을 들여 대화-식사지구 11.9㎞ 구간에 1단계 경전철 사업을 추진한 뒤 2단계 대화-중산지구 5.2㎞, 3단계 중산-식사지구 4㎞ 구간 등 연차적으로 순환노선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노선에 대한 윤곽이 나오면서 주민들이 찬반 양론으로 갈려 공청회가 무산되는 등 갈등이 계속됐다.

급기야 호수공원 주변 40개 아파트단지 2만여 가구 주민들은 '고양 경량전철 반대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환경훼손과 소음, 조망권 침해, 향후 적자로 인한 예산 낭비 등을 주장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특히 7월부터 시청 앞에서 1위 시위를 벌이고 주민소환을 위한 기초조사 작업을 벌이는 등 시를 압박했다.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는 지난 10월 5급 이상 간부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경량전철 기본계획 설명회에서 연내에 도시철도기본계획을 국토해양부에 승인을 요청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업을 계속 추진할 뜻을 밝혔다.

◇'특혜의혹'과 함께 막내린 경전철 = 경전철 사업이 재검토되기 시작한 것은 특혜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
한국교통연구원이 제시한 노선은 일산서구 대화지구를 출발해 킨텍스-킨텍스지원시설부지-호수로-중앙로 정발산역-백마로-풍동지구를 거쳐 식사지구로 이어지는 것으로 돼 있다.

이 가운데 호수로와 중앙로를 잇는 구간은 상업시설인 웨스턴돔을 지나는 안을 추천했다.

이 노선은 경전철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A사가 시공을 하고 있는 식사지구, 식사지구를 시행한 B사가 역시 시행한 웨스터돔과 킨텍스지원시설부지내 사업지를 모두 지나는 등 공교롭게 맞아 떨어지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시는 이 같은 특혜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사업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 이해를 구한 뒤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시는 또 중장기 교통여건을 감안했을 때 경전철은 필요한 사업이라며 토론회나 공청회를 빠른 시일안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토론회나 공정회는 더 이상 열리지 않았고 시는 결국 경전철 전면 재검토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방선거가 얼마 안 남은 상황에도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경전철 전면 재검토의 의미 = 시는 앞으로 경전철 추진 방향에 대해 용역결과로 제안된 노선은 시의 미래를 위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며 한류우드, 킨텍스 등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는 지난 10월 장항동-대화동 일대 28㎢에 대한 명품도시 개발, 금융배후도시 추진, 행정구역 개편 논의, 지하철 3호선~9호선(대곡~소사) 연결사업, 정부의 대도심 광역급행열차 추진 등 중대한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경전철 사업 전면 재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경전철의 도입 시기, 노선, 시스템 등 전반에 걸쳐 다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양시가 경전철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에는 사실상 무리라는 분석이다.

주민들의 반대가 일정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찬성으로 돌아서기도 어려울 뿐더러 다른 지역 주민들이 반대할 경우 또 다시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 논란만 일으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홍우(51) 고양 경량전철 주민대책위원장은 "얼마 전까지 경전철 강행의사를 밝혔던 시가 갑자기 전면 재검토를 발표한 것은 의문"이라며 "지금이라도 사업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정말로 필요한 교통대책이 무엇인지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wy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