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세종증권 차명거래 시세차익' 인정
檢, 매각 로비 및 내부정보 이용 규명 집중


세종증권 매각 과정에서 참여정부 인사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대규모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번진 상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23일 차명거래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부장)가 세종증권의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의 홍모 사장이 "농협이 인수토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기인 정화삼씨와 동생에게 30억원을 준 혐의를 포착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이번 수사가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 검찰 사정권 들어온 박연차ㆍ정화삼 = 차명거래를 통한 시세차익 실현 및 조세포탈 등을 시인함으로써 형사처벌의 문턱에 선 박 회장은 그동안에도 각종 의혹의 핵심에 있었지만 번번이 수사의 칼날을 피해갔다.

그는 정화삼 전 제피로스 골프장 대표, 그리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숨은 후견인'들로 불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씨에게 7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벌금 3천만원을 선고받았고 봉하마을 부지도 박 회장 측근이 제공한 땅이다.

김해에 뿌리를 두고 베트남, 중국 등의 공장에서 `나이키' 상표로 유명한 신발을 생산하고 있고 한국신발산업협회장을 역임했으며 2001년부터 김해 상공회의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가 박 회장의 태광실업으로 매각되는 과정에서 헐값으로 넘어갔다는 의혹도 제기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갑근 부장검사)가 수사를 벌이고 있고,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은 "박 회장이 2002년 김해 땅 7만4천470㎡를 차명으로 매입해 수백억원의 이득을 얻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지난 7월부터 박 회장이 운영하는 태광실업과 정산개발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최근 검찰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도 "차명거래로 시세차익을 얻었고 세금을 탈루한 것은 맞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와 친동생 또한 세종캐피탈 홍 사장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으로 알려진 정대근 전 농협 회장에게 로비를 해준 대가로 30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53회 동창인 정씨는 노 전 대통령이 2000년 총선에 출마했을 때와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 적극적으로 도와줬고, 노 대통령이 2004년 탄핵소추를 당했을 때도 가장 먼저 찾아 심경을 토로할 만큼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번엔 실체 규명될까 = 세종증권 매각 과정에서 로비를 받거나 미리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들임으로써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풍문이 도는 인사들은 이들 외에도 K씨 등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검찰 수사에서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연루됐다는 의혹은 수없이 제기됐지만 실체가 규명된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검 중수부의 강원랜드 수사에서는 L 의원 등이 거론됐고 석유공사 수사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인 황두열 전 사장이 출국금지되면서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결국 내사종결됐다.

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의 로비 의혹과 석탄공사의 부실 건설사 특혜 지원 수사 등에서도 참여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이니셜 등으로 끊임없이 돌았지만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제피로스 골프장 탈세 의혹 사건 수사 때도 당시 정 대표를 통해 참여정부 인사들에게 비자금이 유입됐다는 소문은 무성했으나 밝혀진 것은 없었다.

이번 사건에서도 박 회장이 "차명거래 사실은 뒤늦게 알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등 당사자들이 핵심 의혹을 강력 부인함에 따라 검찰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매각 과정에 개입하고 내부정보 등을 이용해 불법 이득을 취했는지 등을 규명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