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증시 상승세로 2010년께 경기 회복 기대

'과연 바닥이 언제인가'라는 의문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증시와 부동산 시장 어디에서도 확실한 시그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반등 장세로 전환됐다 이내 털썩 주저앉아 바닥은 요원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세계적으로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는 경기 부양책에서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한다. 그러나 현재의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단 번에 치유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과거에 이 두 가지 장애물을 극복하는 데 걸린 시간을 통해 바닥 탈출이 언제쯤 가능할지를 가늠해본다.

◆경기선행지수로 본 바닥

현재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가 경기선행지수다. 이 지수는 가까운 장래의 경기동향을 예측하는 지표로 기업경기실사지수와 주가지수 등 총 9개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이 지수가 높으면 경기 전망이 밝으며 수치가 낮으면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전년 동월대비 국내 경기선행지수의 증감률이 정점에서 저점으로 가는 기간이 평균 15개월이었다. 작년 11월 이 수치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내년 4월쯤 이 지수가 바닥을 찍고 상승 추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선행지수는 작년 12월 115.8로 단기 최고점을 기록했다. 통계적으로 경기선행지수와 국내 주가 흐름이 거의 일치하거나 1개월가량 선행하는 편이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선행지수를 보면서 투자하면 최소한 무릎 위에서 사서 목에서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과 교역조건으로 본다면

주식과 부동산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이 가진 실탄이 풍부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중에 유동성이 많아야 한다. 이 때문에 유동성 지표의 변화를 통해 '바닥 탈출 타이밍'을 예측할 수 있다. 유동성 지표 중 가장 연관성 있는 수치로 금융회사 유동성(Lf)을 많이 사용한다. 경기선행지수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Lf는 결제성예금,현금,2년 미만의 정기 예ㆍ적금 등으로 구성된 M2에 금융회사의 기타 예수금 등을 합해 산출한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선행지수에 선행하는 Lf의 경우 일반적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둔화될 때 증가한다"며 "지난달부터 회복세를 보인 Lf가 다음 달까지 계속해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도 금융 시장 추이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이 지수는 수출단가지수를 수입단가지수로 나눠 100을 곱해 구한다. 하지만 원ㆍ달러 환율의 변동폭이 클 때는 이 값을 제대로 산출하기 쉽지 않다. 이때는 국내 대표적인 수출상품인 반도체 가격지수를 원유 가격지수로 나누어 대략적인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수는 지난 9월 말 저점을 기록한 뒤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지수와 Lf는 보통 경기선행지수에 비해 1개월가량 빨리 움직이며 실제 경기보다는 10개월 선행한다. 따라서 앞으로 10개월 이상이 지나야 실물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금융위기와 불황 극복하는 데 걸린 시간은

경기선행지수보다는 늦지만 투자에 실패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준금리와 경제성장률 추이를 확인하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다가 다시 올리는 시점이 경기가 저점을 지났다고 볼 수 있는 때다.

경제성장률도 바닥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의미한 지표다. 올해 경제 성장률이 전년도보다 개선된다면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짐작할 수 있다.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대에 그치고 2010년에는 4~5%대로 회복된다고 보는 전망이 많아 내후년쯤에는 국내 실물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지수를 종합해볼 때 내년 상반기 중 주식시장이 살아나고 실물경기는 내년 말이나 내후년쯤 바닥을 친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이는 실제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이 된다. 그동안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한 뒤 다시 이를 회복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21개월이었다. 이재만 애널리스트는 "미국이나 한국이 작년 4분기에 금융위기가 발생한 시점으로 보면 2009년 1분기 이후 바닥을 치고 정상화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